여행

[중국] 12 (상). 이것은 자전거여행기 입니다.

단발머리를한남자 2013. 5. 8. 20:16



“꼬끼오~”

말도 안돼.

마당에 돼지우리가 있는건 봤지만 설마 아침에 닭이 깨우는 소리에 잠을 깰줄은 생각도 못했다.

신기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눈을 떴다.


아침을 먹으며 어제 함께한 친구들에게 오늘 계획을 물었다. 

오전에 잠깐 소림사를 둘러보고 곧바로 남쪽으로 이어지는 도시인 ‘뤄양'으로 출발할 생각이란다.

나는 이곳에서 하루 묵으며 느긋하게 주변을 둘러볼건지 아니면 그들처럼  다음 도시로 넘어갈건지 좀더 생각해 보기로 했다.

‘소림사'를 목적지로 삼고 이곳까지 왔지만, 경내로 들어가 굳이 구석구석 둘러볼 마음은 없었다. 여행전 소림사에 대해 조사를 할때 가이드북이나 블로거들의 여행기를 보니 굳이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가볼 매력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제 저녁 어둠에 가려져 볼수 없었던 ‘소림사'에 일단 가보고 난후 결정하기로 했다.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오랜만에(?) 따뜻한 물에 세수를 하고 머리까지 감았다. 

평소라면 머리 하루 안감는다고 뭔 일이 생기지는 않겠지만 ‘여행지’에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특히 하루종일 땀을 흘리고 도로를 달리며 매연이나 먼지를 흡수하는(?) 자전거 여행자라면 깔끔한 상태를 유지하기가 더 힘이 든다.

땀과 유분, 거기다 먼지로 뒤범벅된 모발은 푸석거리고 뻣뻣해 손가락이 들어가지도 않기 일쑤다. 

노숙자로 오인해 보호시설로 안내를 받아도 변명이 통하지 않는 수준이 되기도 한다;;;;

짧은 머리라면 대충 모자로 가릴수도 있다.

아쉬운건 현재 나의 상태가 얼마전부터 가릴수 있는 길이를 초과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무신경으로 지나치기엔 애매한 길이 다. 

온수가 귀한 중국에서는 기회가 있을때마다 씻어 주는게 바람직하다.

배도 든든하고 모처럼 샴푸향기를 폴폴 풍기며 상쾌한 기분과 얼굴로 하루를 시작했다.



도착하면 일단 사진부터 찍고 시작이다.


티켓은 이쪽이랍니다. 히릿!!

한글 표기를 하는거야 이해가 되지만 돌에다 새겨 놓을 정도라니;;;






아침 7시가 조금 넘어서 자전거와 함께 소림사의 입구에 도착했다.

어제 저녁엔 어둠에 가려서 잘 몰랐는데 날이 밝고 보니 그 규모와 박력에 ‘역시'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아직 이른 시각이라 그런지 주변엔 몇몇 공원 관리인들만 눈에 띌뿐 다른 사람은 보이질 않았다. 시원한  아침공기를 머금은 이 넓디 넓은 공간을 나홀로 천천히 걷고 있자니 이 좋은 곳을 혼자 독차지 하는것 같아 미안할 정도다ㅋ 

아침부터 부지런을 떤 보람이 있었다.

소림사 경내로 들어가지 않는 이상 반드시 입장료를 낼 필요가 없는 것도 다행이었다.

한번씩 보이는 근처 쿵후학교의 아침구보 모습도 이 곳의 분위기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것 같았다. 

고즈넉한 산사의 아침과  사찰내에 보이는 역동적인 조각상들이 다시한번 소림파의 본산 ‘숭산'에 와 있다는것을 실감하게 했다. 









이름하여 '탑림'...돌탑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는 뜻이다.

소림사의 고승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는데 크기도 형태도 제각각이라

시대변화에 따라 하나씩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다.



보다시피 전기버스가 수시로 다녀서 사람들의 통행을 돕고 있었다.



부처님의 자비 아래에서 전화를 할수 있게 만든 공중전화.

전화 통화를 하다 '깨달음'에 이를수도 있다.-,.-


그림자가 짧아 지기 시작하면서 사람들도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바글바글 댄다;;;


즉석에서 바로바로 인화 서비스



큼직큼직한 주차공간이 조금씩 자동차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단체로 온듯한 버스행렬이 사람들의 수를 급격하게 늘려주었다. 유명 관광지 소림사의 하루가 또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사람들이 밀려드는 입구 한쪽에 앉아 숙소를 나설때 챙겨온  만두를 꺼내 먹었다.  

그늘에 느긋하게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가 있었다.  

가족들끼리 온것인지 수줍게 엄마 팔짱을 낀 아가씨도 보이고, 동네 친목회(?)에서 단체로 온것인지 흥에 겨워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도 있고, 날씨가 무더워 그런지 배를 꺼내놓고 다니는 아저씨들도 있다.   

재밌는건 누구나 이곳 입구에 도착하자 마자 너도 나도 사진을 찍기 바쁘다는 것이다.  

입구에 커다랗게 새워진 소림 나한의 조각상 때문이다.  굵직굵직한 선과 투박하고 각진 조각상에서 풍기는 힘과 박력에 사람들이 다들 반하는게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나도 그중 한명이다.ㅎㅎ

10분...20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사람들의 수가 늘어가는게 눈에 보일 정도다. 

불과 두어시간 전 내가 이곳에 도착했을때와는 분위기가 전혀 달라졌다.  이제서야 세계적인 관광지의 모습을 제대로 과시하고 있다. 


불심에 기초해 묵묵히 수련을 하는 소림승려들의 모습을 기대하는건 바보같은 짓이란걸 이곳에 와서 느꼈다.  ‘소림무술'이 아니라 그냥 보여주는 ‘퍼포먼스'다. 돈을 지불해야 볼수 있는...

국가의 지원을 받는 세계적인 관광지인건 알겠지만 이건 나가도 너무 멀리 간듯한 분위기였다.  따지고 보면 소림사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찰일텐데 여기저기 장삿속만 보이는 풍경에 안타까운 마음이 앞섰다.  

오히려 이곳까지 오면서 보았던 길거리에서 열심히 땀흘리며 수련 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더 멋있었다. 

아마 자전거가 아니라 버스를 타고 오는 여행이었다면 또 다른 느낌이었을지도 모른다. 

다시 한번더 자전거여행을 시작한 의미와 재미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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