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국] 15. 이것은 자전거여행기 입니다. "노숙이냐, 달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단발머리를한남자 2013. 12. 18. 12:33

그르르르...쿠궁!!!!


“쉐에에에에에에에엣!!!!!!!!!!(shit!)>


지나가려면 그냥 곱게 가면 될 것을 꼭 저렇게 티를 내는 차 들이 있다.



발걸음만 옮겨도 먼지가 풀풀 날리는 건조한 도로였다.

덩치 큰 화물차들이 최대한 얌전히 지나가도 먼지가 일어나는것을 피할수 없는 매마른 땅 이었다. 온통 먼지였다. 길가에 핀 들꽃에서도, 빈약해 보이는 나무들에서도, 듬성듬성 자리한 건물에서도 어디나 뿌옇게 내려앉은 먼지가 있었다. 본래 가지고 있던 색상에서 채도만 따로 다운(down)시킨 것 같은 생기 없는 모습이었다.



정체중인 트럭들이 내뿜는 열기와 소음도 상당했다. ‘부릉부릉~’ 하는 의미 없는 공회전 소리가 삭막한 주변을 더욱 긴장하게 만들었다.


엔진의 알피엠 소리에 맞춰 바닥의 먼지가 덩달아 꿈틀거렸다. 들썩이는 먼지를 보면서 곧 벌어질 다음장면이 떠올랐다. 눈이 커지면서 머리속에선 이미 빨간 경고등이 켜졌다. 신속하게 현장을 벗어나라는 신호였다. 내 예상이 틀리길 바랬다.



불안하게 사람 애간장 태우던 알피엠 소리가 결국 폭주했다.

짧고도 강했다.

동시에 엄청난 흙먼지가 요동쳤다. ‘진짜’ 흙 먼지 였다. 흙 먼지 란 것이 확 일어났다가도 금방 가라앉거나 바람에 희석돼 날아가는게 정상인데 얘(?)는 달랐다. 어찌나 곱고 고운 ‘미세한 먼지’인지 뭉게구름처럼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그 탁한 농도에 변화가 없을 정도였다.


점점 커지는 먼지구름이 슬로우 비디오처럼 보였다. 마치 재난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사진도 없이 설명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것 같은 경악할만한 풍경이었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동시에 일어났다.


좋은 일 은 이 소동이 일어 났을때 카메라를 손에 쥐고 있었다는 것이다. 덕분에 앞서 말 한것 처럼 설명만으론 이해하기 힘든 장면을 사진에 담을수 있었다.


먼지 날리는 삭막한 장소는 지금까지 적잖히 보아왔지만 이렇게 결정적인 장면을 담을 기회는 없었다. 언제 이런 상황을 만날지 알수가 없기 때문이다. 카메라를 꺼냈을땐 상황이 종료됐거나, 넣고 나면 난리가 벌어지곤 하는것이 일상이었다.(제가 이렇습니다-_-;;)

자동차가 대기하고 있고 “자! 쏘세요!” 하고 신호를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마침 카메라를 들고 주변 풍경을 담던 중에 발생한 상황이라 때마침 사진을 찍을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좋은 일’이다.


그리고...‘나쁜 일’이 찾아 오는덴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평소 만나기 힘든 장면을 찍었다는 기쁨에 얼굴엔 흐뭇한 미소가 흘렀다. 나중에 블로그에 올릴 생각까지 하니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신 이 났다. 그늘도 아닌 땡볕이었지만 더운줄도 몰랐다. 살랑거리는 바람이 기분좋게 앞머리를 간지럽혔다.


엄마미소를 한채 차츰 풍성해지는 먼지구름을 바라보고 있는데 순간, 몸이 굳어 버렸다.


‘이런...바보...’


화물트럭쪽을 향해 있던 카메라를 든 손도, 흐뭇한 미소를 그리던 표정도 숨쉬는 것 조차...모두 멈춰 버렸다. 동시에 등골을 따라 오한이 질주했다. 뒷목을 훑고 머리끝을 통해 오싹함이 작렬했다.

다시 한번 땀에 젖은 앞머리가 가늘게 흔들거렸다.


바람의 방향이 나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보기만 해도 입안에서 모래가 씹힐것 같은 짙은 농도의 먼지였다. 서서히 바람에 실려 다가오는 폼이 공포영화가 따로 없었다. 얼른 달아나야 한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바람의 속도가 더 빨랐다.


재빨리 반대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동시에 손에 쥐고 있던 카메라를 품속으로 숨겼다. 최대한 먼지가 닿지 않기를 바랬다.

바람과 등을 진 체 몸을 웅크리고 얼굴까지 가렸지만 먼지 바람이 훑고 지나가는 것 까지 막을순 없었다. 미세한 모래 먼지가 얼굴에도 머리카락에도 닿는게 느껴졌다. 저절로 인상이 찡그려 진다. 조금 전 까지 땀을 흘렸던 터라 끈적한 피부에 아주 착착 감기는것 같았다. 모공이 미세먼지로 꽉꽉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침 을 네다섯번은 뱉은것 같다. 그래도 입안에서 서걱 거리는 기분이 가시질 않았다. 이 무더운 날 귀하디 귀한 물로 입안을 행구는 성의까지 보이자 겨우 진정이 되었다.


저멀리 요란한 소음을 내며 멀어지는 화물차는 오늘하루 순식간에 사람한명을 바보로 만든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느긋해 보였다.


불현듯 입고 있는 셔츠의 색상이 바래진듯한 느낌이 들었다. 

장갑을 들고 팔이며 다리, 몸 이곳 저곳을 툭툭 털었다. 역시나 먼지가 여기저기 건드리는곳 마다 나풀거렸다. 이 정도면 당장 세탁을 하고 싶은 맘이 굴뚝 같았다. 세탁이 어렵다면 옷이라도 갈아입고 싶어졌다.


입고 있는 옷의 상태가 이 정도면 머리며 얼굴은 생각조차 하기가 겁이 났다.

몇일동안 뜨거운 한낮의 햇빛덕에 얼굴이 제법 그을렸다. 거기다 땀이 흐르고 마르기를 반복하며 생긴 얼룩과 헝클어진 떡진 머리까지. 분장이 아니었다. 완벽했다. 3년 묵은 노숙자의 모습 그 자체였다.

내 비록 깔끔 떠는 남자는 아니지만…양심선언을 하게 만드는 야무진 더러움이 있었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사실 오늘로 머리를 안감은지 3일이 지났다. 그래서 조금전 먼지덩어리를 한보따리 뒤집어 쓰면서도 오늘 아침 머리 안감길 잘했다고, 참 다행이란 생각까지 했다-_-;;;

이렇게 더러움과 찝찝하고 불결함에 관대한 나 조차도 조금전 먼지폭탄은 데미지가 컸다. 좀 씻어야 겠다는 생각이 자발적으로 샘솟았다. 막.



쉬지 않고 달리지만 새로운 동네가 나올 기미가 안보였다. 

갈수록 길이 황량해 지고 어딘가로 통한다는 느낌보다 끝도 없이, 멈추지 않고 이어질것만 같은 불안한 길이 계속되었다.


2시간전 지나쳤던 그 곳에서 숙소를 잡았어야 했다.

조금전 지나온 그곳에서 달리는걸 멈추고 쉬는게 옳았다는 말이다.



2시간 전 난 이름없는 작은 동네에 도착했다.

시간은 4시가 조금 안된 시간. 해가 지려면 아직 3시간은 더 남은 오후였다. 숙소를 잡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었다. 잠깐동안이긴 했지만 여기서 멈출지 아니면 조금 더 달릴지 결정을 해야했다. 마음 같아선 여기서 그만 오늘의 라이딩을 마감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기엔 나의 체력이 아직은 너무 쌩쌩했다. 조금이라도 하루 이동거리를 늘리고 싶은 욕심도 없지 않았다. 결국엔 더 달리기로 했다. 

이 결정이 다시한번 나를 식겁하게 만드는 ‘판단미스’로 이어질 거란건 상상도 하지 못하고 말이다.

자전거 라이딩에 익숙해 지면서 ‘방심’했음을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조금전 마을에서 기꺼이 라이딩을 계속하기로 한데엔 나름 믿는 구석도 있었다.

단순히 체력이 남아돈다는 이유만은 아니었다.

여행을 시작한지 약 보름을 지나오면서 마을과 마을 사이의 간격에 대해 어떤 패턴을 느낄수 있었다. 제아무리 멀어도 2시간정도면 늘 다음 동네가 등장한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나의 느긋한 속도에도 2시간 정도였으니 좀더 부지런을 발휘하면 충분히 그보다 이른 시간에 새로운 마을이 등장 할것임을 확신했다.


시간이 어중간하긴 했지만 해가 지기 전에 숙소를 잡고 따뜻한 저녁을 먹을수 있을거란 예상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한시간이면 도착할것 같았던 다음 동네는 2시간이 지나도록 감감 무소식이었다.

이상하긴 했지만  불안하진 않았다. 멀쩡했다. 그 믿는구석(!) 때문이었다. 시간이 조금 지체되고 있을뿐 곧 마을이 나타날거란 희망과 믿음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행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느긋한 여유까지 보였다.


여행을 여행답게 만드는 필수 요소가 하나 있다면 그것은 ‘변수’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현지 조사를 꼼꼼하게 하고 완벽하게 계획을 세워도 순식간에 이 모든걸 쓸데 없는 일로 만들어 버리는 것도 이 ‘변수’가 하는 일이다. 이 ‘변수’때문에 한날 한시 함께하는 여행도 누군가는 고생만 가득한 끔찍한 기억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영원히 회자될 특별한 경험이 되기도 한다.

상황을 받아들리는 태도에 따라 전혀 다른 기억이 되는 것이다.





난 후자 쪽 이었다.

겁도 많고 신중하고 까탈스럽고 변덕쟁이 남자지만 여행지에서 생기는 돌발적인 상황에 대해선 열린마음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었다;; 낯선 환경의 여행지에서 일일이 상황에 반응하는것은 시간낭비이자 어리석은 일이다. 좋은 경우는 좋은 대로, 나쁜 상황이라면 나쁜데로 인정하고 받아 들여야 뭐가 되든 되는 것이다.

여행지에선 어떤 일이 벌어진데도 이상할게 없는 것이다. 기분나빠할 이유도, 풀이 죽어 있을 여유도 없다.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열심히 보고 멈추지 말고 생각하는것...그것이 여행자의 특권이자 의무가 아닐까...



당초 예상했던 거리와 시간이 조금 오버되고 있는 지금도 일종의 ‘변수’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불안해 하고 거기서 멈췄어야 했다고 후회해봤자 소용이 없….기는 개뿔이다!!! 

우워어어어어어!!

뭔가 잘못됐다. 어딘가 이상했다. 지금 여행이 어쩌고 하는 가식이 철철 넘치는 여유를 부릴때가 아니었다-.,-;; 마음속 깊은곳에서, 한동안 잊을만 하던 ‘불안’이 다시 스멀스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달리다 보면 나올것이란 낙천적이었던 ‘믿는구석’은 눈앞에 펼쳐진 붉은 노을앞에서 급속도로 쪼그라 들고 말았다. 충격이었다. 해가 지고 있다.


해가 진다는 말은 곧, 자전거에 앉아 있을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어둡고 잘 보이지도 않는데 계속 지전거를 달릴수는 없는 것이다. 라이트를 하나 챙겨오긴 했지만 어둠속을 더듬거리며 화장실 갈때라면 모를까 시속 20km의 자전거에서 사용하기는 여러모로 부족했다.


한국에서도 도시가 아닌 시 외곽으로만 가도 꽤 어두운 곳이 많다. 하물며 이곳은 중국. 그것도 집도 절도 없는 한적한 국도변이다. 가로등은 커녕 그 흔한 전봇대 하나 찾아 보기 힘든 외진 곳이다.

해가 지면 주위는 ‘암흑’천지로 변한다. 해가 지면서 빛도 함께 증발 해버린다. 운이 좋다면 달빛을 기대할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운이 좋다면’이다.



사실... 몇일전에도 지금과 똑같은 경우가 한번 있었다.(09 (하). 이것은 자전거여행기 입니다.)

차례대로 여행기를 보아온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소림사를 향해 달리던 ‘정저우’에서 있었던 ‘야간 라이딩’이 바로 그것이다.

그날도 숙소를 잡기엔 시간대가 애매한 나머지 쿨하게 도시를 패스하는 바람에 어쩔수 없이 늦은 새벽까지 자전거를 달렸던 일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주변을 대낮처럼 밝혀주던 가로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과 동기는 비슷하지만 처해진 상황은 전혀 달랐다.


이러나 저러나 지금은 위기상황이 분명했다. 인정을 해야했다. 방심했다.

여행이 어떻고 변수가 어떻다며 여유를 부릴때가 아니었다. 초조해졌다. 저절로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빨라지는 맥박수 만큼 패달링도 빨라져갔다. 까딱 잘못 하면 길바닥에서 잘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자전거를 쑥쑥 앞으로 밀고갔다.


누군가 똥줄타는 심정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자신있게 대답할수 있을것 같았다.






불행은 한번에서 끝나지 않는다. 한꺼번에 터진다. 가뜩이나 시간에 쫒겨 마음이 급한상황에서 ‘빅’장애물이 등장했다.

산 이었다.

내 앞에 ‘산’이 나타났다.


“늑대다! 늑대가 나타났어요~... 도 아니고 ‘산’ 이 발이 달린것도 아닌데 갑자기 산이 나타나다니 뭡니까” 라고 버럭!해도 소용이 없었다. 정말 거짓말처럼, 산속으로 이어지는 언덕의 입구에 내가 서있었다.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너무 늦어버렸다.

오전까지는 사방이 뻥뚤린 전형적인 중국의 도로를 달렸다. 그러다가 오후부터 조금씩 언덕이 많아지더니 주변 풍경이 바뀐걸 알수 있었다. 평원이 사라지고 여기저기 산봉우리들이 눈에띄는 고원지대로 바뀐것이다.


이때도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모든것이 평화로웠다.

언덕의 빈도가 좀 많기는 했지만 아스팔트 도로도 매끈하고 깨끗해서 달리는데만 집중할수 있었다. 불안은 커녕 기어를 적절하게 조절해가며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달려나가는 내모습이 그렇게 기특할수가 없었다. 라이딩의 재미에 푹 빠져있었다. 

설마 그 깨끗한 길의 끝이 ‘산’으로 향할줄은 상상도 못했다.




어의가 없었지만 웃을수도 없었다.

웃을 여유조차 나에겐 없었기 때문이다. 계속 앞으로 가던지 이곳에 자리를 깔던지 둘중 하나였다.

투덜투덜...궁시렁대며 자전거를 밀었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지체 할수가 없었다.


해가 천천히 넘어가는건지 아니면 노을이 너무 빨리 등장한건진 몰라도 아직은 주변이 밝은편이었다. 그렇다고 한숨 돌릴 정도는 아니었다. 주변이 조금씩 어두워지는게 표시가 날 정도였기 때문이다. 한시가 급했다.


자전거에 타고 부지런히 달려도 시간이 촉박한데 끌바(자전거를 끌고 가는것)로 올라가려니 답답한 마음에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것 같았다. 지금 산속으로 들어간다면 언제...시간이 얼마나 걸려야 산을 벗어날지 알수가 없었다.


몸이 지치는 만큼 마음도 약해져갔다. 숨이 차도, 잠깐 쉬었다 가고 싶어도 그럴수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하루종일 땀을 너무 흘렸다. 

매연도 많았고, 먼지도 많이 맞았다. 몸은 지쳤고 배는 고팠다. 맛있는 식사도 하고 싶었고 따뜻한 물에 씻고 싶은 생각도 간절했다. 샤워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그냥 세수만 해도 감사해할수 있었다.

정말 오늘 만큼은 ‘물티슈’로 세수 하고 싶지 않았다(:;;;-_-)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데 어쩌면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끌바로 시작된 언덕에 절망하고 있었는데 20여분 정도가 지나자 경사도가 완만해 졌다. 자전거에 다시 올라탈수 있을 만큼의 여유는 있었다. 쌩쌩 달릴정도는 아니었지만 무거운 자전거를 밀고 걸어가는것 보단 훨씬 나았다.

행운이었다.


자전거에 탓다가, 내려서 끌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한고개만 더, 이번 한고개만 더 하는 심정으로 꾸역꾸역 산길을 올랐다. 그러는 중 에도 해는 지고 있었다. 주위가 조금씩 어둠에 휩싸여 가는 모습이 물티슈나 준비하라는 신호 같았다;;;


꽃잎을 한장씩 떼어 가며 ‘좋아한다 좋아하지 않는다’ 점을 치는것 처럼, 한발 한발 급경사의 언덕을 오르며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캠핑을 한다...하지 않는다...캠핑을 한다...하지 않는다. 하기싫은데….


정말 그러기는 싫었지만 슬슬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시각각 어두워져 가는 풍경을 보면 그럴수 밖에 없었다. 더이상 고집을 부리고만 있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미약하나마 생각을 정리하고나니 조급했던 ‘초조함’이 누그러졌다. 잠자리는 불편하겠지만 적어도 마음은 좀 편안해졌다.




바닥만 보고 올라가던 헐떡고개의 정상에 다다르자 두눈을 의심했다. 단순한 고개의 정상이 아니었다. 이 산의 정상이자 오늘의 ‘골인’지점이었다. 


갑자기 등장했던 산 처럼 도시 또한 갑자기 나타났다. 믿을수 없었지만 사실이었다. 아래에선 전혀 눈에 띄지도 않았을 뿐더러 그럴 낌새조차 없었다. 완벽한 사각지대였다. 갑자기 남미 페루의 마추픽추가 떠올랐다. 거기도 산아래에선 전혀 안보인다던데…물론 이곳은 거기만큼 산 꼭대기는 아니지만;;;



자포자기 심정으로 겨우 정상에 올라왔는데 느닷없이 눈앞에 그렇게 바라던 마을풍경이 펼쳐지다니...’반전’이 따로 없었다. 기분 째지는 느낌이었다. 입이 귀에 걸리고 덩실덩실 춤이라도 출수 있을것 같았다.

“이봐요 언제적 토끼춤이에요?” 라고 핀잔을 줘도 박명수씨 톤으로 “야...셔플댄스야!”라고 우길수 있을것 처럼 사기가 충천했다.

뜻밖에 일어난 극적인 승리(?)에 좀처럼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슬슬 숙소를 찾아야 했다. 

네온사인이 켜진 간판과 보랏빛으로 어두워지는 노을을 보면서 느긋하게 자전거에 올랐다. 여전히 주변은 어두워지고 있었지만 조급하지 않았다. 더이상 서두를 일이 없었다. 기분좋게 천천히 느릿느릿 패달을 밟았다.


오늘의 해피앤딩도 일종의 ‘선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 몇일 이어졌던 중국인들의 친절만큼 기억에 오래 남을것 같다.


잠이 잘 올것 같은 아름다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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