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여행's기억] 일본 "맥주에 대한 이야기"

단발머리를한남자 2013. 4. 27. 23:39


일본으로 향하던 배안에서 있었던 일이다.

출국수속을 할때부터 유난히 한사람이 눈에 띄었다. 30대 중반쯤 보이는 얼굴에 옅은 컬러의 색안경과 밝게 염색된 샤기컷 머리, 한국에선 한때 ‘칼구두(?)’라고 불리던 앞코가 뾰족한 구두까지 범상치 않은 외모가 단박에 일본인임을 직감한 사람이었다. 




처음엔 “와 일본인이다" 라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보고 금방 잊어버렸는데 이상하게 배안에서  계속 마주쳤다. 배안을 둘러보기 위해 서성거리던(?) 내가 가는곳마다 그 곳에 그도 함께 전망을 감상하던 중이었던 것이다. 

재미있는건 그렇게 마주칠때 마다 그의 한손엔 늘 맥주가  들려 있었다는 점이다. 난간에 기대 먼바다를 볼때도 현해탄의 바람을 맞으며 승선할때 사온듯한 김밥을 먹을때도 항상 맥주가 함께 하고 있었다. 일본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일본인들의 ‘맥주사랑'에 대해 어느정도 짐작은 했지만 실제로 그모습을 보자니 신기할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우연한 만남의 완결판은 저녁에 일어났다. 


내가 배정받은 선실은 4인실.  

승선할때보니 나 이외엔 다른 사람의 흔적이 보이지 않아 잘하면   혼자 4인실을 독차지 할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그동안  얼씬도 하지않던 룸메이트(?)가 샤워를 끝내고 젖은 머리로 방으로 들어 오는 것이다. 놀라운건 조금전까지 끈질기게(?) 마주치던 그 일본인!!ㅋㅋ


4인실에 달랑 2명...그것도 외국인과 방을쓰게 되니 어색함이 또 남달랐다. 

침묵을 지키자니 침넘어가는 소리마저 들릴만한 적막함이 부담되고 그렇다고 선실에 놓여 있는 자그마한 tv라도 켜자니 채널을 일본체널에 맞춰야 할지 한국어체널에 맞춰야할지 판단이 잘서지 않았다. 흔하게 마주칠수 없는 새로운 난감한 상황이었다-.,-;;;;;ㅋ 


무엇이든 좋으니 대화가 필요했던 그 순간, 내가 입을 열었던 주제는 ‘맥주'였다.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가장 맛있는 맥주는 뭔가요?” 

이 질문에서 중요한건 “당신”이  아니라 “일본인들"이란 부분이 중요하다. 일본에서 가장 인기있는 맥주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던 것이다.  질문이 난해하진 않을까 생각했지만 의외로 답이 빨리 나왔다. 

“아사히 슈퍼드라이"



배낭여행을 할때 일본인을 가끔 만나게 된다. 

언젠가부터 만나는 일본인마다 동일한 질문을 건네는데 그게 앞서 말한 것처럼 일본인들이 사랑하는 맥주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신기하고 놀라운건 답변이 거의 동일 하다는 사실이다.

대체 ‘아사히 슈퍼드라이’가 뭔가 하는 궁금증이 생길수 밖에 없다.


오래전부터 일본인들이 선호하던 맥주는 진하고 묵직한 맛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1987년 ‘아사히 맥주'에서 일본최초로 ‘드라이dry 맥주'를 내놓는데 이것이 바로 ‘아사히 슈퍼드라이'다. 처음 출시당시엔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고 한다. 기존의 묵직한맛을 선호하던 시장에 김빠진듯한 싱거운(?) 맥주가 인기가 있을리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사히 맥주의 마케팅에 힘입어 젊은층을 위주로 입소문을 타면서 상황이 역전이 되어버린다. 당시 10%내외의 점유율을 보이던 아사히맥주가 지금은 5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자랑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맥주 브랜드로 성장한것이다. 

가히 일본인의 맥주에 대한 입맛을 바꿔 놨다고 표현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대단한 반응이다.




이렇게 유명한 맥주를 처음 맛 보았을때 정도는 기억하고 있어야 하는데 신기하게도 별다른 감흥이 남아있지 않다.  첫 느낌이 “뭐야 이건"정도로 시큰둥 했기  때문이다. 유명세에 길들여져 기대가 컸던 탓인지 처음 마셨을때  그냥 그저 그랬다. 내가 마시는 이 맥주가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맥주구나 하는 정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늘 그런것 처럼 우연히 들른 생맥주집에서 ‘슈퍼드라이’를 주문했다. 정사각형으로 만들어진 작은 간판에 ‘아사히 슈퍼드라이'의 브랜드가 새겨진 아담한 규모의 맥주집이었다. 

아사히 맥주를 전문으로 하는 가게인듯해서 그렇게 주문을 한것이다. 이미 아사히 맥주를  마신적이 있지만 오늘 온 곳은 ‘생맥주집'이다. 예전에 마신건 캔 맥주였고 지금은 싱싱함이 살아있는(?) 맥주전문점이란 부분이 다른것이다. 혹시나 하고 기대를 갖기에 충분한 조건이자 차이점이었다. 

기름에 갓 튀겨낸 감자스틱과 함께 나온 맥주는 보기에도 시원해 보이긴 했다. 맛나는 음식을 앞에둔 설레는 마음과  ‘중도’를 지키겠다는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한모금을 마셨다.  입안을 가득채우는 맥주의 알싸함과 동시에 거품이 녹아들며 뒷골을 당기게 하는 경쾌함이 예전에 마신 그 맥주가 아니었다. 

“말도 안돼"라는 말로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모금 마시는 순간 두둥실 떠있는 뭉개구름 사이로 뜨거운 태양이 내려쬐고, 옥빛 푸른 바다가 넘실대는 하얀 백사장에서 시원한 나무아래 해먹에 누워 8등신 미녀들과 함께 호위호식 하는 제가 보여요 같은 말도안되는 감상평을 말했다간 병원으로 끌려갈지도 모르기 떄문에 느낀대로 말할수는 없고 좀더 어른답게(?) 차분히 말해야겠다;;;;;


캔맥주와 생맥주라는 제품의 차이에서 오는 맛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풍부한 맥주의 풍미가 예전에 마셨던 밍밍했던 첫인상과는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생맥주"라 그런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똑같은 10,000원짜리 회도시락을 사더라도  냉장고에 있던걸 받는것과 시간은 좀더 걸리지만 눈앞에서 횟집 이모가 직접 회를 떠서 담아 주는것과는 전혀 다른 맛을 내는것처럼....이것도 비슷한 케이스가 아닐까 하는둥 머릿속에서 별의별 상상이 다 오고갔다-,.-;;


결론은 “맛있다"다;;;;

생맥주 버젼(?)이 훨씬더;;;;

이곳이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었다면 눈썹을 8자로 늘어뜨리고 감동에 겨운 표정으로 수줍게 “우마이!!" 라고 외쳐주고싶은 맛이다;;;

나중에 다시 캔맥주버젼(?)을 맛보고 비교를 해봐야겠다;;;....-_-;;;




이 사건(?) 이후로 맥주를 마실때 나름의 규칙이 생겼는데 맥주를  ‘잔'에 담아 마시는 것이다. 

병이나 패트병에 든 맥주는 당연하고 캔에 든 맥주 역시 잔에 옮겨 마시는 것이다. 중요한건 맥주를 잔에 따를때 어느정도 거품을 만들어 주면서 따르는것. 

부드러운 맥주의 거품이 맥주 고유의 향과 맛이 날아가는걸 막아준다고 한다. 사실 이정도까지  깊은 의미는 모르더라도 일단 거품이 풍부한 맥주가 신선하고 맛있다는것은 사실이다-_-;;


http://www.youtube.com/watch?v=SClf2SThpCc


p.s

나중에 알게된 사실인데 이렇게 맥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본의 맥주 회사들은 특별한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맥주공장 견학이다. 

아사히는 물론 에비스나 기린등 일본의 대표적인 맥주기업들이 실시하고 있다. 희망자에 한해 직접 공장을 둘러보고 맥주를 시음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고객 입장에선 깨끗하고 선진화된 설비를 둘러보면서 자신이 즐겨 마시는 맥주에 대한 신뢰를 다질수 있고 회사입장에선 브랜드 이미지를 굳건히 할수 있다는 윈윈마케팅이라고 할수 있겠다.

재미있는건 여기에 예약을 할수있는 대상이 일본에 살고 있는 일본인은 물론이고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도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일본에 사는 한국인은 물론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한국인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먼저 자신이 여행할 시기와 견학일정을 확인한다. 각 맥주브랜드의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공장견학에 대해 안내가 되어있으니 일정을 확인하며 예약을 하는것이 중요하다.

예약방법에 관해서는 검색을 해보면 자세히 설명되어 있는 곳이 많으니 참고하면 될것 같다.


p.s 2

정작 이런 정보를 아는 이 몸은 아직 못가봤다는게 함정-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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