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국] 12 (하). 이것은 자전거여행기 입니다.

단발머리를한남자 2013. 5. 1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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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사도 보았고 도시 곳곳에서 느껴지는 무술의 기운도 느꼈으니 슬슬 이곳도 떠날때가 된것 같다. 

나의 두번째 목적지로 향할 때가 된것이다. 

하루를 이곳에 투자할만큼 인상적인 분위기도 느껴지지 않아 미련도 생기지 않았다.

이제 남쪽으로 달려야 한다. 정확하게는 서남쪽. 지도를 보니 선택지가 두개로 나뉘어 진다.

하나는 남쪽으로 떨어지는 도로다. 

그냥 목적지까지 쭉쭉 내려가면 좋은데 국도의 모양이 중간에 잠깐 북쪽으로 올라갔다 다시 내려가는 꼴이다. 올라갔다 다시 내려가는 만큼  길을 둘러 가는 모양새라 주행거리가 늘어나는 경우였다. 

그에 비해 두번째 도로는 서쪽으로 가다가 이후 부턴 다시 남쪽으로 떨어지는 도로였다. 눈으로 보더라도 첫번째 도로보단 좀더 짧아 보였다. 중간에 돌라가는 길이 없이 순탄하게 흐르는 도로인 만큼 주행거리에서도 손해를 보지 않을것 같았다. 

물론 중간에 ‘억'소리나는 고개나 언덕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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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이곳까지 이어지는 고개때문에 막판에 엄청 땀을 흘렸다.

소림사가 산속에 있으니 언덕을 오르는게 당연한데도 정말 눈앞에 막다른 벽 과 같은 경사로가 나타났을땐 그냥 주저 않고 싶었다.  

목표를 눈앞에 두기도 했었고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하는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악 물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목적을 달성한 기쁜도 있었지만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난이도 높은 언덕에 단단히 혼이난 경험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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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사를 나선지 얼마되지 않아 그렇게 고생한 ‘보답'이 지금 눈앞에 펼쳐 지고 있었다.

산능선을 옆에 끼고 구불구불 흐르는 도로가 저멀리 산 아래까지 이어지는 풍경이었다. 어제는 그렇게 올라오기만 했으니 이젠 그냥 아래로 내려 가기만 하면 되는 길이 나타난 것이다.

보기에도 기분을 들뜨게 만드는 내리막 이었다.

올랐으니 내려가는것이 당연하지만 눈앞에 나타난 시원한 풍경은 절로 감사함이 느껴지기에 충분했다. 

입이 귀에 걸리는걸 참을수 없었다.


개인적 취향이지만 한번에 쭉 내려가는 직선로보다는 이렇게 구불구불한 내리막을 좋아한다.

자전거의 속도와 방향을 수시로 조절해 가며 내려가는 재미가 개인적으로  더 맞는것 같기 때문이다.   

아쉬운게 하나 있다면 이렇게 내려가는 재미때문에 중간에 멈추기가 참 어렵다.  브레이크를 힘껏 잡아 길가에 자전거를 세울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기가 쉽지가 않다.  덕분에 내리막에서의 사진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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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좋게 나아가는 자전거에서 맞는 바람이 그렇게 상쾌할수가 없다. 상쾌함을 넘어 통쾌하다. 

오를땐 그렇게 더디고 힘이 들었건만 내려오는덴 순식간이었다.

내리막을 거의 다 내려 왔다고 생각될무렵 오른쪽 길 가에 얕으막한 건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먹을거리를 파는 상점이었다.

나에겐 방금까지 내리막이었지만 누군가에겐 이곳이 곧 시작될 오르막의 초입이었다.

그러니까 이곳은 오르막길의 입구에 위치한 휴개소같은 곳인듯 했다.

마침 비상식량도 떨어졌고 물건도 보충할겸 잠깐 쉬었다 가기로 했다.


밖에서 볼때엔 넓고 현대화된 상점처럼 보였는데(슈퍼마켙처럼) 안으로 들어서니 생각보다 공간이 협소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지 진열대 위의 상풍들도 듬성듬성 비어 있는 곳이 많이 보였다. 

내가 오기전 이미 관광객 한팀이 이곳을 쓸고(?) 갔던지 아니면 사장님이 부지런 함을 돌처럼 보셔서  물건을 제때 채워 놓지 않았던지 둘중 하나인듯 했다.

대충 둘러보고는 가는길에 먹을 빵과 과자, 물을 사서 나왔다. 


물건만 사서 냉큼 다시 출발하려니 뭔가 아쉬웠다. 

자전거를 세워둔 나무 그늘 아래에 자리를 잡고 앉아 본격적으로(?) 조금만 쉬었다 가기로 했다.

본격적으로 쉬기로 했는데 먹을게 빠지면 안될것 같아 방금 쇼핑한(?) 과자도 하나 꺼내 뜯었다.

살금살금 불어오는 바람이 이마에 맺힌 땀을 가져간다. 가라는 사람도 없고 빨리 오라고 재촉하는 이 도 없다. 보기좋게 늘어선 가로수와 눈 앞에 펼쳐진 논과 밭들...그리고 인적이 드문 휴게소 앞마당에 덩그러니 홀로 앉아 과자를 씹고 있는 나.  

정오가 가까워지는 한낮임에도 기분좋은 나른함이 느껴졌다. 

주변은 너무나 고요하고 더없이 평화로웠다.  


'일광욕'으로 까메지는것 보다

먼지와 매연에 까메 지는게 부담이라 실내로 들어갔다.


보기엔 허름해도 손님도 많고 맛도 좋았던 식당.

역시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음식점을 선택하는게 진리.



보기엔 삭막해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정겹고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살가운 모습이다.


'진격의 거인'이라도 지나간 듯한 도로.

아스팔트가 죄다 깨져 있어서 자전거를 타고 가기가 겁난다.

어찌나 통통 튀어오르는지 펑크날까봐 조심조심 달렸던 기억이 난다.


매연은 둘째고 먼지가 장난이 아니다.


이래저래 다 싫어도 유일하게 부러운건 시원하다 못해 탁 트인 통큰 도로.



엄청나게 큰, 시골의 모습이 인상적인 도시 '뤄양''(낙양)


모든게 크고 넓고 거대하지만 

투박하고 서툰 세련됨이 수줍은 시골 처녀를 연상하게 만들던 도시.






꼭 밥 한숟가락 뜨고 나서야 "아, 사진"하게 된다-_-;;

오늘의 메뉴는 매콤한 '마파두부'에 '하루의 피로를 날려주는 시원한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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