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국] 09 (상). 이것은 자전거여행기 입니다.

단발머리를한남자 2012. 12. 10. 22:53




온수도 없고 씻을곳이 마땅치 않아 다시한번(?) 물티슈로 세수를 하고 출발했다.

씻고 준비하는 시간을 벌어서 그런지 오늘은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길을 나설수 있었다.

쌀쌀한 아침공기를 가르며 한참을 달리다 보니 어제 숙소를 통과했다면 고생좀 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려도 달려도 마을이 나올 생각을 안하는 것이다.

덕분에 공복에 3시간이 되도록 자전거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_-;;;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비슷한 풍경이 계속되고 있다.

먼지 날리는 국도와 너도나도 똑같이 생긴 가로수들...한참을 달려도 그다지 변화가 보이지 않는 배경들이 지루하게만 느껴졌다.

이런 내 기분을 아는걸까...

굉음을 동반한 골리앗 트럭들이 내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도 쌩쌩 지나갔다;;;;

한국의 좁은 국도라면 자전거를 잠시 멈추고 트럭이 지나가길 기다리는수 밖에 없는 아찔한 상황이다.

다행히 중국의 도로는 엄청난 소리와 무지막지한 먼지만 견딜수 있다면 그다지 위험을 느낄수준의 도로가 아니란것에 감사했다.

오히려 이런 상황이 -짜증도 동반하지만- 자전거를 타면서 적당한 '긴장감'을 만들어 안전에 대해 방심하지 않게 만들었다.

모든 여행이란게 그렇겠지만 

특히 '차도'를 달려야하는 자전거 여행은 첫째도 안전,둘째도 안전이다.


'정저우'가 약40km가 남았다는 표지판과 함께 새로운 도시가 등장했다.

시작부터 그 크기와 규모가 상당함이 느껴졌다.

시간을 보니 5시가 조금 넘었다.

앞으로 2시간이 안되서 해가 질것이다.

참 애매한 거리였다.

숙달된 라이더라면 못해도 2시간 전후면 충분한 거리겠지만 여행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내 상태를 생각해보면 그리 간단하지가 않았다.


쑥쓰럽지만 자전거 여행을 하기로 결정했을때 나 자신이 정한 '규칙'이 있었다.

첫째가 과속을 하지 않는다.

둘째가 야간운행을 하지 않는다.

셋째가 빗길운행을 하지 않는다...

워낙 악명이 자자한 중국으로 간다는 긴장감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안전여행'을 생각한 나자신과의 약속이었다.

여행준비에 참고하고자 시간이 나면 자전거여행 카페를 들락거렸다.

여러 여행기들을 보면서 느낀점이 자전거 여행은 생각만큼 멋지기만한 여행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길위에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것이다.

언제 어떤 상황이 사고와 연결될지 알수 없기 때문에 적어도(!) 도로위에서만은 긴장 해야한다는걸 여행카페에서 느꼈다.


중국 시골의 밤은 한국인의 상상을 뛰어넘는 칠흙같은 어둠이다.

내 눈앞에 손이 가위를 냈는지 주먹을 냈는지도 알아보기 힘든 진짜베기 암흑이다.;;;

일단은 오늘 이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내일 오후에 도착 하는것으로 마음을 정했다.

그래서 도시를 가로지르며 숙소 간판이 보일때마다 자전거에서 내려 가격을 흥정했다.(이제 흥정할줄도 압니다-_-;;ㅋㅋ)

역시나 사람들 많은 큰 도시라 그런지 물가가 비싼 편이었다.

보통 일반적인 가격이 40~50위안...때로는 그 이상을 부르는 곳도 있었다.

그렇다고 가격에 수긍할만한 방도 아니구만...

이몸이 불과 간밤에 묵었던 숙소가격이 5위안인데...;;;;

아무래도 전날 잤던 숙소가 지나치게(!) 싸서 그런지 왠만한곳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결국 30위안까지 흥정에 성공한곳까지 패쓰!!!...

지금까지 지나왔던 다른 도시에서도 이렇게까지 물가가 쎈적은 없었는데...과연 허난성의 성도 '정저우'에 근접했다는 뜻이겠지?

그럭저럭 7~8곳의 숙소를 돌다 보니 어느세 도시의 '끝'까지 오고야 말았다.

저 멀리 시외로 이어지는 국도가 보였다.

다시 돌아 가기도 그렇고 해가 지려면 아직 1시간정도의 여유가 있으니 차라리 국도변의 숙소를 알아보자고 생각했다.

앞으로...앞으로...


오랜만에 초조함이 느껴졌다.

1시간이면 빠듯한데...만약 숙소가 안나온다면?;;;

텐트가 있으니까 여차하면(?) 길바닥에서 자는 상황까지 염두해 뒀지만...그래도 자고일어나니까 장기가 사라졌다는 괴담이 많은 나라다 보니 똥줄타는 절박함까지 어쩔수는 없었다-_-;;;;

조금씩 하늘의 명암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그림자가 길어지고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올수록 좀더 성의있게(?) 힘차게  패달을 밟았다;;;;.



대기오염에 의한 '스모그'인지 아님 안개인지 모르겠지만 운치가 있는게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갓길이 넓어서 트럭들이 썡쌩달려도 그렇게 위협적이지 않습니다.


미국에선 자동차가 필수라는데 중국에선 자전거나 스쿠터가 필수인것 같았습니다.

넓고 잘만들어진 도로도 많지만 좁고 비포장인 도로가 아직은 훨씬 많기 떄문입니다.

 

생소해서 그런지 이상하게 이렇게생긴(?) 차만 보면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한국에도 오래전엔 이런 삼륜차가 있었는데...왜 사라진걸까요.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날도 좋고 경치도 좋고 여행하기 딱인 날씨입니다.



길가에 가로수는 있는데 희한하게도 '그늘'을 찾기가 힘들더라는;;;

이렇게 그늘이 나오면 그때가 휴식시간 입니다.



올~~~이모 썬글라스 '강남스타일'?ㅋ



척 보기에도 복잡한 도시의 기운이 느껴지는곳ㅎ


"말도안돼, 그거 다 지어낸거야"

아무리 태연한척 말해도 압니다.

쿨하게 무시하기엔 너무 강력한 중국괴담의 위력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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