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앰 어 히어로 i am a hero by 하나자와 켄고> "첫째도 둘째도 리얼리티, 현실적인 묘사가 압권인 좀비만화"

단발머리를한남자 2014. 3. 28. 11:20


몇해전 한참 '좀비'가 유행을 한적이 있다. 

소설이며 만화,드라마, 영화까지. 세계적인 트랜드가 좀비였던적이 있었다. 마치 뱀파이어의 시대는 갔다는 듯이 장르를 불문하고 여러 컨텐츠들이 쏟아졌다. 

이러한 좀비몰이엔 누가 정한것도 아닌데 몇가지 특징이 있다. 컨텐츠가 되는 시간적 배경이 다들 현대가 대부분이란 점이고 지극히 현실적인 묘사도 이들 좀비물의 공통점이다. <세계대전Z 월드워Z><종말일기Z><하루하루가 세상의 종말>이란 작품들이 대개 이러한 규칙이(?) 느껴지는 작품들이다.


<아이 앰 어 히어로 i am a hero>도 그런 유행속에서 탄생한 만화가 아닐까 생각된다. 

서양에서 한참 소설을 통해 인기를 끌던 좀비물이 일본에 상륙하면서 이들이 가장 잘하는 장르인 만화로 실력 발휘를 한것이다. 이런 생각이 맞든지, 틀리든지 <아이 앰 어 히어로>는 재미있는 만화다. 다소 잔인하고 징그럽고 보기 불편한 장면이 가득하긴 해도 여러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 인기만화인 것이다. 


제목과는 다르게 이 만화에선 히어로가 등장하지 않는다. 좀비들을 가볍게 제압하고 사람들을 구해내서 일본의 평화를 수호하는 영웅은 찾아볼수 없다. 평범한 사람들만이 나온다. 좀비를 피해 도망가기 바쁜 사람들. 좀비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는 사람들만이 가득하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히데오'도 그중 한명이다. 지극히 재미없는 평범한 만화가 지망생. 주인공이긴 하지만 가장 먼저 '죽었으면'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어찌나 찌질하고 어리석고 멍청하고 소심한지 보면서 이렇게 속이 타게 만드는 주인공도 처음이다. 첫등장이후 지금까지 한번에 대답을 하는걸 보지 못했다. 시종일관 말을 더듬고 얼버무리는데 보는 나까지 말을 더듬게 만든다;;;; 비호감중에 아주 상비호감 캐릭터다. 

이렇게 말하면 작가가 그만큼 캐릭터 표현을 잘한게 아닌가하고 말할수 있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인정할건 인정해야한다.정말 리얼리티가 철철 넘치는 만화다. 책을 직접 보면 알겠지만 '하나자와 켄고'란 작가가 그려낸 성실함이 느껴지는 작화들을 보고 있으면 저 생각에 동의할수 밖에 없다. 단순한 연필선을 하나 긋더라도 마음에 들때까지 지우개질을 멈추지 않을것같은 집요한 성격이 느껴진다. 정성이 많이 들어간 만화란게 보인다. 


계속 칭찬만 한다고 마냥 좋다는건 아니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만화의 전개가 상당히 느리다. 

자세하고 꼼꼼한 연출은 좋은데 필요없는 컷들이 너무 많다. 낭비되고 남발하는 쓸데없는 장면들 말이다. 그림 잘그린단건 이미 알았으니까 자랑질 그만하라고;;;;. 만화가 연재된건 수년이 지났지만 만화속 시간은 아직 몇달은 커녕 두달도 채 지나지 않은것 같다. 주인공의 수염도 얼마 길지 않았고 이들이 배회하는 곳이 아직도 도쿄 근교라는 사실도 그런 생각을 뒷받침한다. 흔히 말하는 '줄거리'가 없다. 뭔가 이야기의 진전이 있었어야지 말해줄 내용이 있을텐데 그런 진행이 전혀 없는거다;; 지금까지 죽자살자 그려댄게 내용은 없고 도망만 다닌것 뿐이라니 작가도 허무할것이다.


13권까지 왔지만 아직도 얘네들은 왜 이소동이 일어났는지 이유도 모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아무런 생각이 없다. 도망다니기에도 바쁘다. 좀비에 대항할 수단도 방법도 없다. 모른다. 최대한 눈에 띄지 않는게 상책이다. 좀비와 마주치는 순간 100%죽음이다. 만화를 보고 있으면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답답할 정도다. 

 

이런 답답한 전개에 대해 작가도 뭔가 느낀게 있었던건가. 인간과 좀비의 능력치가 지나치게 차이가 났던게 마음에 걸렸던것 같다. 인간이 좀비에 맞설만한 수단이나 방법이 전혀 없다는 사실 말이다. 덕분에 인간은 계속 죽어나가고 할수 있는건 도망뿐이고 이야기는 앞으로 나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인간이 좀비에게 맞설 무기또는 수단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래서 작가가 아이디어를 발휘했다. 앞으로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중요한 존재가 될 ‘쿠루스’의 등장이 그것이다. 


‘쿠루스’는 사람 이름은 아니고 일종의 돌연변이라 할수있다. 좀비에게 물리거나 상처가 나면 좀비로 변태하는게 보통인데 좀비화하지 않은 사람인 것이다. 그렇다고 죽다살아난 운만 좋은 사람도 아니다. 여기까지 듣고 이미 눈치 챈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좀비에게 물렸다 살아난(?) 사람이라 힘과 운동신경이 좀비와 동등하거나 오히려 능가하는 능력치를 가졌다. 여기에 좀비에게 잠식되지 않은 인간의 ‘의식’을 갖고 있어서 이 힘을 통재할수 있는 존재다. 인간과 의사소통이 되고 좀비를 때려잡는 완력을 소유한 아군이(?) 등장한거다.


http://i3.mangareader.net/


난 이 쿠루스란 존재에 대해 부정적이다. 

지금까지 지극히 현실적인 설정과 상황들을 보는 재미로 이 만화를 보아온건데 난데없이 ‘애들(?)만화’로 돌아간 느낌이 들어서다. 앞으로의 전개에 대해서 이미 이 캐릭터를 어떻게 사용하게 될지가 눈에 선하다. <피안도>처럼 피바람이 그칠줄 모르는 드래곤볼식 액션이 난무하지 않길 빈다. 부디 내 생각이 틀리길 바랄뿐이다. 


남의 만화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게 이상하게 보일수도 있지만 모처럼 챙겨보는 만화가 생겼는데 졸작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팬심때문이다. 이미 <간츠>를 보면서 크게 한번 배신감과 실망에 정신줄을 놓은적이 있어 더욱 신경이 쓰인다는게 그 이유다;;; 물론 ‘하나자와 켄고’ 작가는 <간츠>의 돌려막기식의 막나가는 전개를 보여주진 않을거라 믿는다…. 믿는다. 뭐, 믿어야지 별수가 있나;;; 비행기를 타고 도쿄까지 날아가 작가의 목을 조를수도 없는 노릇인데;;; 믿는수 밖에 내가 할수 있는건 없다. 


이렇게 믿었는데, 겨우 진정시켜 얻어낸 믿음에 금이 가게 만드는 떡밥이(?) 등장하고야 말았다. 

13권 프랑스(맞나?)에서의 에피소드다. 금발의 남자가 텅빈 거리를 배회하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현재 일본의 ‘히데오’일행은 한번도 본적이 없는 전혀 다른 버젼의(?) 좀비가 출연한것이다. 특별히 충돌이 일어나는건 아니고 지나가듯 잠깐 보여주는데 (신경쓰이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성당의 스테인드 글래스 너머로 비치는 정체불명의 실루엣이 그것이다.

앞에서 걱정했던 <피안도>식 전개가 현실화 될지 모른다는 불안에 확신이 들만큼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이다;;;; 정말 이러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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