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분의 여행 by 구희선> "220페이지의 평범한 에세이를 '제목'하나가 그럴듯한 책으로 만들다"

단발머리를한남자 2014. 3. 11. 15:10


여행에 관련된 책을 고를때 출판사가 '달' 이나 '북노마드'라면 일단 신뢰가 갑니다. 좋은 책들이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주로 여행 에세이가 주를 이루는데 책의 만듦새도 잘 빠졌지만 무엇보다 내용이 알찹니다. 재밌어요.

처음 책을 내는 초보작가나 이미 출판경험이 있는 작가나 다들 글을 너무 잘 쓰시는것 같습니다. 마치 원고를 써서 출판사로 보내면  "여긴 이렇게 하구요 저긴 저렇게 고쳐 보는건 어떠세요" 하고 글의 방향을 잡아주는 가이드(?)작가가 따로 있는건 아닐까 생각될 정도입니다. 물론 그런일은 없겠지요ㅋㅋ 그만큼 작가들의 글이 쉽게쉽게 술술 읽힌다는 거죠. 어색하게 중간에 분위기가 뚝 끊어지는 경우도 적고 부드럽게 읽힙니다.


이 책 <1인분의 여행 by 구희선>도 제가 믿고 본다는 두개의 출판사중 하나인 '북노마드'에서 나온 책입니다. 역시 믿고 본 책이었는데 실망을 시키지 않는 책이었습니다. 무척 만족하며 봤습니다.

내용은 여타 다른 여행에세이와 동일합니다. 별 차이가 없어요. 거기서 거깁니다. 작가가 하루하루 어디를 갔고 뭘 봤으며 뭘 먹었는지를 얘기하는 일기형식의 글입니다. 극히 평범하며 개인적인 생각과 잉여시간들이 기록된 책입니다.


저는 작가의 솔직한 글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불필요한 미사여구를 동원해 작가자신을 포장하는 허세가 덜해서 좋더라고요. 음식으로 예를 들자면 양념이 좀 과한게 아닌가 싶은 오버하는 책이 아니라 담백하고 감칠맛이 있어 다시 찾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다 읽고 나서도 다시 보게 되는책? 아무 페이지를 펼쳐서 부담없이 읽어볼수 있는 가벼운 느낌의 책입니다.


다른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건 바로 이 책의 '컨셉(!!)' 입니다.


사진을 죄다 흑백으로 깔았습니다(?). 이점이 너무! 진심으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단순히 흑백사진을 썼다는 사실이 좋았다는게 아니랍니다. 누가누가 사진을 잘찍나 경쟁하는듯한 여행에세이 바닥(?)에서 과감하고 쿨하게 컬러사진을 버리고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밀어붙이는 이 결정이 격하게 마음에 들더란 얘기지요. 작가의 생각일까요, 아님 출판사의 생각일까요. 책을 팔아 이윤을 남겨야하는 출판사쪽에선 아무래도 알록달록하고 예쁘게 만들고 싶었을것 같은데.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그다지 잘 보이지도 않는 흑백사진에 텍스트들을 채워넣어 더 보기 어렵게 만드는 편집까지 보여줍니다;;;;; "제가 레이어 '투명도'를 사용할줄 몰라서요"라고 말하는 기술적 한계때문인지 아니면, 디자이너가 무심한듯하지만 스타일리쉬한 편집이 장기인 실험성 충만한 분이던지 둘중 하나일듯 합니다.


어쨌든 저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흑백사진을 좋아하기도 하구요.

요즘 여행사진 접하기 힘든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블로그나 이 책과 동일한 베트남이나 캄보디아를 다룬 책들에서  얼마든지 사진을 보고 있습니다. 생생한 컬러로요. 이미 다 알고 있는 풍경을 이렇게 흑백으로 표현해 보는것도 색다르고 보기 좋네요.


혹시나 해서 책을 다시 펼쳐 찾아보니 책의 디자인 담당이 역시나 작가 본인이더군요. 애초부터 이렇게 만들고 싶었나 봅니다. 남들은 어떻게 보는지 몰라도 여기 '애독자'한명은 건지셨다고 말씀 드리고 싶네요. 전 이런 택스트 중심의 책 좋아하거든요. 그렇다고 소설도 아닌데 글 만 빼곡한것도 부담스럽죠. 사진은 글을 보조한다는 느낌으로 등장하는게 가장 이상적인거 같습니다.

너무 과해도 주객이 전도된듯한 인상이라 글이 와닿지가 않더라구요. 책을 읽는다는 것보다 잡지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책은 읽고 나도 다시 찾게 되지만 잡지는 한번보고 지나치는 매체같습니다. 물론 잡지의 성격에 따라 예외도 있겠지만요.


앞에서부터 줄곧 호의적인 말 만 썼지만 이 책에도 아쉬운 점도 있긴 있습니다.

책의 판형이 아쉬워요. 책을 보면 좀 길쭉한 직사각형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마치 민음사의 유명한 세계명작시리즈처럼 길쭉한 모양입니다. 그나마 다행인점은 민음사처럼 대놓고 아래,위를 늘려 놓진 않다는 겁니다. 살짝 직사각형 정도에서 끝낸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런 판형은 택스트를 배치해도  아래 위의 여백이 일반적인 판형의 책들보다 많이 남습니다. 불필요한 여백이 발생하는거죠. 덩달아 책의 부피도 늘어나게 되고요. 그래서 전 저렇게 극단적으로 길쭉한 판형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론 <1인분의 여행>은 저정도는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긴 합니다만.


요즘 출판시장 참 어렵다 말들이 많습니다. 한국에서 어딘들 안어려울까요;;;; 그래서 그런지 어떻게 만들면 책이 많이 팔릴까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하는것 같습니다. 가장 크게 와닿는 것이 바로 '제목'장사(?)입니다. 소비자들의 시선을 끄는 매력적인 제목을 생각해 내려고 안간힘을 쓰는것 같애요.


이 책도 그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될만큼 제목이 매력적입니다.

<1인분의 여행>. 

늘 '혼자' 여행을 다닌 작가가 '1인 여행'이란 의미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네요. 그럴듯하다는 생각입니다. 좋아요. 이렇게 매력적인 제목 하나 때문에 평범한 한 아가씨의 동남아 여행일기가 특별하게 보입니다. 성공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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