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국] 03. 이것은 자전거여행기 입니다:)

단발머리를한남자 2012. 9. 17. 11:51




이른 아침부터 시작한 라이딩은 오르막 내리막이 교대로 나오는 언덕의 연속이었다.

덕분에 죽었다살았다를 반복하며 페달을 밟았다.

과열된 엔진에서 후끈후끈 열이 나듯 온 몸에서 열이 났다

땀이 흐른다.

얼마나 쏟아 낸걸까...이마를 타고 흐르던 땀방울이 눈썹을 타고 내려 눈까지 따갑게 만든다.

배도 고프고 갈증때문에 목도 칼칼하다.

하늘이 노래지기 전에 얼른 뭐라도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 것도 바로 그떄였다.



자전거를 세우자 비로소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끝없이 쭉 뻗은 도로와 황량한 벌판...비(非)한국적인 풍경이 다시한번 내가 중국에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했다.


나쁘지 않았다.
힘들고 고생 연속이지만...
화려한 베이징과 상하이에 가려진 진짜배기(!) 중국을 여행한다는 기분이, 
찡그려져있던 얼굴을 활짝 피게(?)하는건 일도 아니었다;; 
뿌듯하고 기분좋았다.
땀을 식혀주는 산들바람이 좋았고, 이런때(?)를 위해 챙겨뒀던 과자한봉이 남아있던 것도 좋았다ㅋ;;;


초등학교이후로 자전거를 타는것도 처음이었고, 그런(?) 자전거를 타고 여행에 나선것도 처음이었고, 24단 mtb자전거를 타는것도 처음이었다.
자전거여행자로선 '쌩 초보'라는 얘기다.
매일매일 긴장 되었고, 매일매일 설레임도 함께했다.
손가락만 까딱해주면(?) 기어가 바뀌고, 왠만한 오르막은 장애가 되지 못하는 상황도  재미있었다.
신기했다.
상황에 대처해 뭔가를 조작하고 그러면서 장애물을 극복한다는 성취감에 한참 신나있었다.





'덜커덕!'...
이상한 소리가 뒤에서 들리는가 싶더니 갑자기 페달을 돌리던 발이 헛발질을 한다.;;;
오르막이 시작되는 언덕 초입이었는데 페달질이 헛바퀴를 돌면서 뒷바퀴로 전달되던 힘이 사라졌다.
앞으로 나아가던 자전거가 순간, 멈춰버렸다.
그리고 뒤로...밀려 내려가기 시작했다.
깜짝놀라 얼른 브레이크에 힘을주고는 자전거에서 내려섰다.
조금만 늦었어도 한쪽으로 쓰러졌을법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평지였다면 천천히 가다가 자연스레 멈췄겠지만 
오르막이었던 탓에 앞으로 가려던 힘이 사라지자 더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뒤로 밀려 내려왔던 것이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자전거를 도로 한쪽으로 붙였다.
바퀴를 보니 체인이 빠져있었다.
다행히 난이도가 높은(?) 펑크가 아니라는게 다행이다 싶었다.





오늘만큼은 가져온 탠트를 써보기로 작정을 했다.
달리다가 멈추고...달리다가 또 멈추고 야영을 하기 위해 장소를 물색했다.
'"안녕하세요?..한국사람입니다. 이곳에 텐트를 쳐도 될까요?"
주유소에서도, 마당이 넓은 가정집에서도, 특별할거 없는 길가에서도...모두 안된다는 말이 돌아왔다.
안된다...조금만 더가면 빈관이 있다...는 말만 되돌아올 뿐이었다.
네다섯군데에서 퇴짜를 맞았다.

해가 지기 시작했다.
오늘만큼은 야영을 한다는 생각에 빈관이 있다는 다음 마을까지 가는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점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밤에도 가로등때문에 환한곳이 많은 한국과는 달리 이 나라는 해가 지면 그냥 '암흑'이다.
불켜진 건물앞에나 가면 모를까, 조금만 불빛에서 멀어져도 내 오른손이 지금 어디에서 무얼하고 있는지도 보이지 않는다.
잘 곳을 정하지도 못했고,숙소도 보이지 않아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중국여행 간다면 따라오는(?) 온갖 루머가 머리속에서 떠올았다.
자고일어나니 신장이 사라졌다더라...쥐도새도 모르게 사람이 실종된다더라...어떤사람은 아직 시체도 못찾아다더라..등등;;;
생각만 해도 끔찍한 상상들이 머리속에서 춤을 춘다;;;
점점 절박해져서일까... 눈에 불을 켜고 주위를 살폈다.ㅠ_ㅜ;;;;
그러다 넓은 마당이 보이는 공장인듯한 건물이 눈에 띄었다.
일단 마당이 넓으니 부탁해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용기를 내어 문을 빼꼼히 열고 들어갔다.
아무도 없나...
'실례합니다'가 3번쯤 이르자 회색작업복을 입으신 아저씨 한분이 나오셨다.
"안녕하세요 전 한국에서온..."
내가 할수있는 최대한 산뜻한(?) 표정으로 웃으며 내 소개와 이곳에 탠트를 치고싶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지금껏 살아오며 인상이 나쁘다는 말은 들어본적이 없지만...그래도 최대한 순수한 말투와 표정,손짓발짓을 동원한 미국식(?)제스춰로 외국인임을 강조했다...-,.-;;;;
똑같은 머리색을 했음에도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을 보자 처음엔 어리둥절해 하던 아저씨도 자전거에 달려있던 태극기를 발견하자 외국인임을 아셨는지 환한 웃음을 보여주셨다.
'휴...다행이다' ...안도감에 마음을 다잡으며 다시한번 이곳에서 하루밤만 보내고 싶다는 의사를 말씀드렸다.
그제야 비로소 사람좋은 인상의 아저씨게서 환하게 웃으시며 안된단다.
-_-;;;;;;;;
안.된.다.고...
얼굴은 웃고 계셨지만 분명 손은 문밖으로 향하고 있는것으로 보아 거절이란게 확실했다;;;;;
'저...저기요, 그러니깐요...'다시 처음부터 내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물론 당황한 표정이 아닌 웃음띈 얼굴을 유지하면서 미국식 제스춰를...어쩌고저쩌고...;;;;;
-_-
안된단다...
계속....
일관되게...
변함없이...
웃으시며....아저씨는 거절하고 계셨다.
땅거미가 지며 점점 주위는 어두워지고...내 얼굴도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4-5분정도 되었을까...
불켜진 건물의 문이 '끼익' 열리며 앞치마를 두른 아주머니 한분이 나오셨다.
저녁식사 시간이었는지...잠깐 나간 남편이 들어오지 않자 궁금해서 나오신듯했다.
전투력(?)이 꺼져가다 새로운 희망의 등장으로 다시한번더 일어섰다.;;;;
반복되는 설명....
이미 어두워진 하늘도 가리켜 보기도 하고...
모성애를 자극하는(?) 표정으로 절망으로 지친  '나'를 표현(?)하기도 했다...(코메디냐...;;;)
최선을 다했다.
이젠 거절 당해도 깨끗하게 물러설수 밖에 없는 마지막 기회...를 난 후회없이 설명했다...
잠깐 아저씨와 아주머니께서 말씀을 주고 받으셨다.
어머니 얼굴에선 딱하다는 동정의 눈빛도 느껴졌다...(내가 언제 이렇게 눈치가 빨랐지;;;;;)
내 눈치가 들어 맞앗을까...
잠시후, 확고부동하던 아저씨 얼굴에서도 어머님과 같은 선한 눈빛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한테 중국어로 말씀하시면서...공장 건물 정문옆에 있는 관리실(?)쪽으로 나를 안내하셨다....
문을 열고는 손가락으로 자전거를 가리키고, 안으로 손짓을 하셨다...
그제야 긴장이 탁! 풀리며 오늘도 살았다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감사합니다. 성불하실거에요:-)







이날을 난 지금도 잊지 못한다.
상황이 그리 좋지 못할때이기도 했거니와 중국인의 도움을 받은 것도 처음이고, 
식당에서 사먹는 음식이 아닌 중국가정에서 엄마가 요리한 음식을 먹은것도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여행을 시작한지 3일째...길위에서의 모든것이 처음인 3일.
이제 부터가 고생문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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