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국] 13. 이것은 자전거여행기 입니다.

단발머리를한남자 2013. 7. 8. 22:01



외국을 여행할때 정보도 부족한 낯선 곳에서 ‘한끼'를 해결한다는건 생각보다 여렵다. 특히 그곳의 음식과 물이 맞지않아 몇일간 화장실을 들락거린 사람이라면 더욱 조심하게되고 망설여지는게 ‘식사’ 문제다.  눈에 띄는 아무 식당에나 들어갈수 없는 노릇이다. 안먹을수도 없고...- _-;;

이럴때 맛있는 식당을 찾는 법은, 눈 앞의 식당중 북적북적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 가장 괜찮은 곳이라는것.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상식으로 통하는 이야기지만 이것이 ‘진리’다. 



오늘 아침, 그것을 증명할 곳을 만났다. 

척 보기에도 사람들이 제법 줄을(줄처럼 보이는;;) 서있는 곳이었다.  메뉴를 보니 ‘메뉴'라는 말을 하기가 민망할만큼 오직(!) 만두만 파는 곳이다. 중국의 그냥 흔한 만두 가게였다. 특이사항이 하나 있다면 이곳에선 놀랍게도 ‘군만두'를 팔고 있다는 점이다. 여행을 시작한지 약 2주가량이 되었지만 지금까지 ‘군만두'를 본 기억이 없었다.  “만두는 역시 군만두죠" 라는 사고방식을 가진  나로서는 환영할 만한 곳이었다. 근데 그런 ‘사고방식'이 나만 그런게 아니었다. 


아까부터 줄을 선 사람들이 계속 바뀌고 있다. 줄을 서기가 무섭게 만두를 사다 나르고 있다-,.-;

자전거를 잠깐 세워뒀다가 한봉지 들고 간다. 스쿠터를 타고 양손에 한봉지씩 들고 멀어진다. 자가용을 타고 지나가다가 갑자기 생각났다는듯 사간다. 커다란 화물트럭 기사님도 얼른 몇봉지를 챙긴다. 호떡집에 불난게 아니라 만두집에 불이났다. 만들기가 무섭게 팔려간다.(웃음) 



딸처럼 보이는 소녀 2명과 엄마로 보이는 사장님이 만들어 내는 호흡이 예사롭지 않았다. 한분이 열심히 반죽을 밀어 만두피를 만든다. 그럼 또 한명이 열심히 속을 채워 만두를 하나 만든다. 완성된 만두를 커다란 후라이팬에서 일열 횡대로 노릇노릇하게 맛의 결정체로 만드는건 사장님의 몫이었다. 한참 피크타임(?)일때는 사장님이 만두를 굽다말고 반죽을 보기도 하고 만두속을 채워넣는등 1인3역을 해내고 있었다. 

바로 엇그제 소림사를 지나왔는데 진짜베기 고수를 여기서 보다니-_-


한봉지만 달라면 이상할것 같은 분위기라 두봉지를 달라고 했다(웃믐). 잠시뒤 만두하나를 입에 넣는 순간 곧바로 후회하고 말았다. 너무 맛있어서-_-;;; 

이미 불티나게 손님들이 몰린다고 앞에 얘기한 만큼 맛에 대한 평가는 의미가 없다. 굳이 한마디 덧붙인다면 한국인 입맛에도 무척 잘맞았다는 정도?ㅋ 

식사가 끝나고 또 줄을 서면 재료가 떨어졌다고 할까봐서 먹다 말고 중간에 미리 한봉지더 싸달고 말하는것도 잊지 않았다.(달리다 출출하면 또 먹게-,.-)



태양은 뜨거웠지만 크게 힘든 코스가 없어 다행이었다. 언덕도 크게 가파르지 않았고, 내리막은 적었지만 평지라도 많아서 감사했다. 


정오의 직사광에 싱그런 초록빛마저 지쳐보이는 가로수길을 달리고 있을때였다. 

내옆을 지나던 1톤 화물차 한대가 갑자기 앞에 멈첬다. 무슨일 있나?  호기심이 생겼지만 그냥 가던길을 계속 가기위해 차를 피해 돌아가는데, 뒤에서 누군가 큰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흘깃 돌아보니 나에게 하는 소리인것 같아 얼른 자전거를 멈췄다. 혹시 뒤에 실려있는 짐이 떨어진건가 싶어 자전거를 살폈다. 패니어(자전거용가방)에도, 타이어에도, 자전거에도 별다른 문제는 보이지 않았다. 화물차를 돌아 보니 여전히 나를 보며 웃는 얼굴로 손짓중(?)이다. 이상했다.  “저, 말입니까?” 라는 표정으로  나자신을  가리키자 고개를 끄덕거린다. 와보라는건가?...이상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천천히 트럭쪽으로 다가갔다. 



“니하오!” 웃으면서 인사를 건네는데 그쪽에서(?) 데뜸 ‘음료수'한병을 들이밀었다. 순간, 지금의 상황이 정리가 안되 3초간 몸도 머리도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그런 내 표정을 눈치챘는지 그들이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몇분전, 식당에서  밥을 먹고 쉬고 있는데 내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걸 보았다고 한다. 무더운 날씨라 목이 마를것 같아 이렇게 음료수를 하나 샀는데 다행히 앞서 가던 나를 발견한거란다.


‘이런! 성은이 망극할때가 있나' ;;;;‘ ㅁ’


전혀 짐작조차 못했던 선행의 이유를 알게 되자 어찌할바를 몰랐다. 내가 할수 있는거라곤 “쎼,쎄! (고맙습니다)" 만 연발할 뿐이었다. 눈앞에서 마주친 사람도 아니고 그냥 멀리서 지나가던 사람을 보고선 굳이 음료수를 건네다니...그러려니 하고 흘려버릴수도 있었을텐데 말이다.

내가 한국인이고 칭다오에서부터 출발했다고 하자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늘 그렇듯 놀랍고 즐거워 하며 건투를 빌어주었다. 


분명히 '오랜지맛'이라 이해하고(!) 산건데 '사과맛'!!

이런 경우 참 많아요;;


티벳 까지 달린다던 아저씨.

오르막을 땀흘리며 오르는데 '오토바이'가 그렇게 부러울수 없었던;;;;



오늘도 하루종일 땀을 많이 흘리고 수고했다는 의미로 저녁을 먹으며 ‘맥주'를 곁들였다.

핑계이긴 하지만 사실, 중국에서 시원한 마실꺼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가 더 컸다. 식당을 가더라도 김이 모락모락나고 컵을 집기가 겁날만큼 뜨거운 차를 내주는 곳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찬 음료라고는 가게에서 판매하는 생수나 콜라,사이다, 맥주같은 음료수들 뿐인데 가격이 물값이나 맥주값이나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이왕이면 저녁엔 맥주를 찾게된 것이다. 

중국음식의 느끼함도 가시고 그날 하루의 피로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맥주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기름기가 ‘충만한' 볶음밥과 시원한 맥주는 생각보다 궁합이 좋았다. 아마 자전거여행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생각도 못해본 조합 이었을것이다.



우연히 ‘알게된’ 식당이었다. 지금까지는 알고 찾아간것같은 늬앙스지만 그건 아니고,  적어도 이곳은 간판을 보고 “오늘의 저녁은 여기가 좋겠군" 하는 생각으로 들어온 식당이란 뜻이다.  

간판에 적힌 ‘사천(쓰촨)지방' 요리가 전문이라는 글씨를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四川’ 이란 글씨 를 보자마자 바로 입에 군침이 돌았다. 사천지방요리 자체가 매운 음식이 많고 한국인들 에게도 잘 맞다는 정보를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천짜장 한번 먹어본적 없는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데 이곳만은 예외였다. 

주문했던 볶음밥도 맛있었고 다른곳 보다 상대적으로 기름기도 덜해서 깔끔했다. 무엇보다 히트였던건  여행후 처음으로 식당에서 따로 ‘반찬'(?)을 받았다. 

지금까지는 오로지 볶음밥만 꾸역꾸역(?) 먹어왔다. 그러다 느끼함에 겨워 ‘입덧(?)’이 나오려 할때서야  겨우 내가 할수 있는 일이라곤 옆에 놓인 ‘차'를 마시는게 다였다. 위에서 말한 너무 뜨거워서 컵조차 쥐는게 겁난다던 그 ‘차' 말이다. 


근데 오늘은 그런 수고를 덜어줄 ‘반찬'이 함께 등장한 것이다. 이름은 알수 없지만 김치처럼 간단한 야채무침(?)이었다. ‘무우'가 주 재료인것 같은데 김치처럼 색감이 강하지는 않았다. 살짝 갈색빛도 도는데 마치 내가 주문한 볶음밥을 내놓으며 즉석에서 만든것 처럼 신선해 보이긴 했다. 양념이 겉도는 처럼 ‘희멀건'색감은 그다지 식욕을 돋구게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정갈하고 깔끔한 맛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양념이 겉도는 것처럼 보여서 야채는 심심할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하루만에 뚝딱 만들었다기보다 몇일 정도는  숙성시키지 않았을까 싶은 깊은 맛이 느껴졌다. 덕분에 오늘은 ‘입덧'없이(?) 맛있는 저녁을 누릴수 있었다.(웃음)



마지막 맥주잔을 비우고 흐뭇한 표정으로 식당을 나섰다.

배도 부르고 ‘해'가 넘어가자 기온도 선선한게 참, 기분이 좋은 저녁이었다. 여유로운 기분에 젖어 들어서 그런지 지난 2주간의 시간이 머릿속에서 스르르 지나간다. 그동안 우여곡절도 많았고 고생도 있었으며 오늘처럼 갑자기 등장하는 ‘천사'를 만나기도 했다. 짜증도 많았고 그에 비례해 친절도 많았다. 하루에도 몇번이나 감정의 극과 극을 넘나들었다. 

그러면서 여기까지 왔다. 


문득....이제서야 ‘적응'이 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행의 패턴이나 하루일과에 대한 행동들이야 이미 익숙해 졌지만....왠지 오늘에서야 자전거여행 의 ‘참맛'을 안것 같은 기분 말이다. 

앞으로 내가 가야할 길은 내가 지나온 거리보다 훨씬 더 남았다. 이 ‘재미'가 아직도 한참 더 남았다는 얘기다. 내일은 또 어떤 하루가 기다릴까. 내일은 또 어떤  스트레스가 기다리고 있을까. 그런 기대감에 쌓이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그려지는건 어쩔수 없다.


그나저나 내일은 또 어떤 ‘밥'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함께(웃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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