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인도] 2. 불교의 성지, 사르나트를 걷다

단발머리를한남자 2016. 9. 18. 23:57

  입국한 첫날부터 인도음식에 고전했다. 그러던 나에겐 식사시간이 매번 고역이었다. 매뉴판엔 수많은 음식의 이름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하지만 이름을 봐도 도통 이게 뭔지 짐작조차 할수 없었다. 갈수록 입맛이 고독해졌다. 고독한 미식가도 아니고...-_-;;;; 

그나마 '누들'이란 단어가 익숙하다 보니 혹시나 하는 기대를 하기도 했다. 물론 그럴때마다 상상을 넘어서는 음식이 나와 나를 놀래키기도 했지만-_- 


가이드북에 소개된 식당으로 가보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다. 대략 안전하다고 적혀 있던 매뉴도 몇개 생각해 뒀다. 하지만 이때까지 함께 하던 일행이 있어서 될수 있으면 개인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들이 짠 동선에 불만도 없었지만 나 때문에 계획에 변경이 생기는건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처음 접하는 인도문화에 버거워 하던 내가 의지하며 함께 하던 일행들이라 고마움이 남달랐던게 가장 큰 이유였다.



'도사'라는 메뉴다. '마살라도사' '칠리도사' 등등 속에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이름도 달라진다. 사진은 삼각형의 형태로 접어서 속에다 감자와 양파를 넣어 구워낸 모습이다. 속에다 넣어줄때도 있고 노릇하게 구워낸 '도사'옆에 덜어주는 식당도 있었다. 도사의 형태도 삼각형으로 각을 잡아 주는 곳도 있는 반변 가볍게 둘둘 말아서만 주는 곳도 있었다. 


인도 음식에 겁을 잔뜩 먹고 있던 나에게 '구세주'가 나타났는데 그게 바로 '마살라 도사'였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져 먹음직스런 외관과 함께 고소하고 달짝 지근한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바삭할것 같은 외관은 의외로 쫄깃하고 쫀득한 식감이었다. 밀가루전병에 단맛이 도는 그런 맛? 비슷할순 있어도 지금껏 먹어보지 못한 맛이었다. 짭쪼름 하면서 카레향이 도는 감자와 양파를 볶은 속도 맛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도사'라는 음식은 남인도의 대표적인 음식이라고 한다. 따뜻한 기후 덕분에 쌀이 풍부한 지역이라 주식이 쌀을 이용한 음식이 많다고 한다. 거기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카레와 만나니 한국인들도 부담이 덜한 음식이 많다. 이런 사실은 꼭 여행이 끝나면 나타나더라-_-;;; 


어쨌든 이날 이후로 난 완전히 '마살라도사'의 팬이 되었다. 

장점이 많았다. 이곳 인도사람들이 이용하는 로컬푸드라 가격이 저렴하다는게 이유다.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식당들의 매뉴도 한화로 환산했을때 특별히 비싼건 아니었지만 로컬푸드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비싼것도 사실이다. 인도음식에 부담이 없는 사람이라면 문화채험이란 면에서도 피할 이유가 없다. 나아가 여행경비까지 절약할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이런 셈법을 떠나서 한번 먹어보면 계속 찾게 된다. 왜냐면 맛 있으니까:-) ㅋㅋ



오토릭샤에 앉아서 바라본 바깥풍경. 

지금은 자취를 감춘 '구멍가게'란 이름에 걸맞는 모습이 싫지 않았다. 어렸을때 먹었던 추억의 먹거리들은 다 이렇게 어설픈 모습의 가게에서 사먹었기 때문이다. 이곳의 아이들도 이곳에 있는 과자와 사탕이 우주이고 전부일것이다. 우리가 그랬던것처럼.



인도에선 경찰아저씨의 권력이 절대적이다. 여행자들에게 사기를 치거나 문제가 발생했을때 '폴리스'란 단어만 중얼거려도 알아서 꼬리를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위기상황이라면 주변에 도움을 청하자. "경찰좀 불러주세요" 라고.



여긴 '사르나트'란 곳이다. 깨달음에 달한 '고타마 붓다'가 함께 수행한 다섯 비구니에게 처음으로 설법을 행한 곳이다. 인도의 4대 성지중 한곳 이란다 부처가 잠깐 화장실 때문에 들른 곳이 아니다. 처음으로 가르침을 전한 곳...그 타이틀(?)에 비하면 너무나 조용한 마을이었다. 1등만 기억하는 동쪽의 어느 나라였다면 이곳엔 쇼핑센터와 백화점, 놀이동산으로 시끄러워야 마땅한데...



길거리 찻집에서 '짜이'를 마시고 버려진 찻잔들. 

지금 생각하면 버리지 말고 기념품 삼아 들고 올걸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이 잔의 만듦새를 보면 또 생각이 달라진다. 딱 그만큼의 퀄리티랄까. 하지만 담번에 다시 간다면 들고 오고 만다-.,-;;;;



그냥 어디에나 있을법한 시골마을이다. 평화롭고 한가롭다 못해 지루할법한 모습들.... 

제자리에서 빙글 ...다시 한번더 빙글, 몇번을 둘러 봐도 내가 있던 나라보다 몇배는 천천히 시간이 흐를것 같은 풍경이었다.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활짝 웃어주는 사람들 때문에 당황한적이 셀수도 없다. 함께 웃어주고 싶긴 한데 내 표정이 말을 듣지 않더라. 

눈이 마주쳤다는 이유만으로 묻지마 폭행을 당하는 나라에서 온 사람에겐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웃는대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내가 먼저 말을 건낸건 아니고 소녀가  말을 걸어왔다. 관광지를 서성거리며 사진을 찍고있는 동양인의 모습이 신기했었나 보다.



이 인상파 소년도 마찬가지 이유였을까-_-;;;;;;;;;;;;;;;;;;;;;; 아마도...ㅋ



인도 사람들은 사진을 찍힘에 있어 상당히 관대하다. 나처럼 부끄럼이 많아 미적거리는 사람에겐 적극적으로 찍어 달라고 말을 걸어오기도 한다. 그렇게 용기를 얻어 사진한잔 찍어도 될까요? 하고 물으면 왠만해선 거절하지 않는다. 인물사진을 공부하는 사람에게 인도만큼 좋은 나라가 있을까 싶다. 



사르나트의 상징, 다메크 스투파. 스투파는 불탑을 의미한다. 

높이가 42미터, 탑 아래 기단부의 직경이 28미터라고 한다. 숫자만 보면 잘 실감이 나지 않는데 실물을 보고 그 거대함에 깜짝 놀랐다. 


위의 사진에서 길의 끝에 쇠문이 보이고 거기에 사람이 서있는 모습이 찍혀 있다. 그 뒤에 보이는 탐의 크기와 비교해 보면 감이 올지...;;;;



불교의 성지인 만큼 이곳에서 교리를 공부하던 승려들이 지내던 곳들이 유적으로 남아있다. 내가 갔을때는 비수기여서 그런지 아직 관광객들이 들이 닥치는 시간이 아니었던지 사람이 한산한 편이었다. 풍선 사달라고 꽥꽥 울어대는 아이도 없었고, 썬글라스끼고 4열 횡대로 무리지어 길을 막고 지나가는 유모차부대도 없었다. 그래서 조용히... 여유롭게... 둘러볼수 있었다.



어둡고 침침하고 그늘진곳 좋아하는 커플은 세상 어디나 있기 마련이다. 이곳 인도라고 예외는 없다-_-;;


그늘에 앉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시간이 멈춰 있는 기분이 들었다. 적막.... 정말 고요했다. 가끔 멀리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바람에 실려 오거나 머리위에서 새가 지저귀는 소리정도가 다였다. 정신을 차려 보면 한시간이 지났더라는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이 나라가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다...

반응형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