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앞에 놓을수 있는것 by 이리와서네> 달 2012

단발머리를한남자 2013. 3. 28. 20:11

여행이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여행에 관한 책들도 많아졌다.
서점 한켠의 ‘에세이'코너도 언젠가부터 ‘여행 에세이'란 코너로 분리되서 운영 될만큼 책종류도 다양해졌다.
여행지의 정보와 기록을 전달하는게 ‘여행기'라고 한다면 ‘여행에세이'는 여행자의 주관적인 생각과 경험들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신변잡기식의 가벼운 내용부터 작가 내면의 고독과 혼란이 느껴지는 심오한 책들까지 종류도 천차만별이다.
여행에세이란 장르가 인기가 높은지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작가는 물론이고 블로그를 운영하는 일반인(?)들까지, 그리고  이마저도 아닌 아마추어 작가들의 책도 적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전문 작가들의 책보다는 일반 아마추어작가들의 글을 좋아한다.
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작가들의 세련되고 매끄럽게 다듬어진 글보다는 투박하지만 솔직함이 묻어나는 일반인들의 글에서 좀더 현실감이 가깝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랑 앞에 놓을수 있는것>도 이러한 일반인(?) 작가의 책이다. 
이리와서네...작가의 이름이 독특한데 외국사람(?) 이름인것 같지만 ‘이리'와 ‘서네'란 남여 작가의 이름이다-_-;;(저만 그렇게 생각했나요;;ㅋ) 그러니까 두남녀가 인도와 네팔, 라오스와 태국등을 거치며 함께했던 이야기들을 풀어놓은 책이다. 연인 사이인 두사람이 함께 여행을 한만큼 달콤하고 부러움(?)가득한 이야기가 가득할것 같은데 전혀 그런 분위기는 없다. 
권태와 우울, 짜증과 피곤만이 가득하다-_-;;; 물론 책의 말미엔 좋은 방향으로(?) 이야기가 마무리 되긴하지만...;; 
보통 이런 경우엔 희망적이고 근사한 여행기가 많은데 이책은 전혀 그런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근데 오히려 그점이 이책에 흥미를 갖게 만드는 부분이다. 

 각각의 챕터는 ‘이리'와 ‘서네'의 각자의 시선으로 채워져 있다. 
하나의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그것을 ‘이리'의 글과 ‘서네'의 글이 교대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다. 한가지 사건에서 남자의 느낌과 여자의 느낌을 동시에 보고 느낄수 있다는게 신선하기도 하고 재미도 있었다. 무엇보다 그런 우울하고 보여주고 싶지 않은 감정들을 담담하게 그려 나가는 두사람의 글이 현실감 있게 읽혀졌다. 
특히 남자인 ‘이리'씨의 글이 인상적이다. 남자로서 자존심 상하고 분하고 속상했던 경험도 많은데 굳이 좋은쪽으로 포장하거나 꾸미지 않은 글에서 용기와 진심이 느껴진다. 함께 실린 사진들도 참 좋다. 책 내용을 설명하는 직접적인 역활을 하는건 아니지만 중간중간 자리를 지키며 다음 챕터로 넘어가기전 잠깐의 휴식을 느끼게 해준다. 책을 읽으면서 몇번이나 다시보고 또 다시 보곤 했다. 이거 실화(?) 맞는지 하고 말이다. 장르가 소설이 아니고 ‘에세이'인 만큼 당연히 실제상황(?)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계속 책을다시 들여다 보게 만들었다. 
중반으로 갈수록 ‘연출'이 아닌가 싶은 느낌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글과는 거리가 있는 일반인이 쓴 글인만큼 출판사 에디터의 입김(?)이 많이 작용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원래 원고의 분량이 얼마나 되는진 모르겠지만 두 남녀의 극적인(?) 설정을 위해 편집을 한듯한 기분이 드는건 어쩔수 없었다. 
솜씨가 모자람이 있어 다듬어 주는건 좋지만 이것이 정도를 넘어서면 더이상 작가 개인의 글이 아닌 에디터의 책이 되어 버린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추축일 뿐이지만 투박하고 솔직한 글에 비해 기승전결(?)이 느껴지는 플롯을 보고 있자니 찜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말하지만 개인적인 기분일 뿐입니다-_-;; 

 이병률 시인이 이끄는(?) 도서출판 ‘달’에서 나온 책인 만큼 무슨 뜻인가 싶게 만드는 ‘시'적인 제목이 인상적이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제목을 왜 이렇게 지었을까 하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사랑앞에 놓을수 있는것>...이리와서네 두사람이 사랑앞에 놓을수 있는건 무엇일까?...이몸의 감성이 무뎌져서 그런지 쉽게 답이 떠오르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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