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마

[리뷰] "희극"과 "비극"의 아름다운 조화, "로베르토 베니니"<인생은 아름다워>1997

단발머리를한남자 2012. 10. 14. 21:52

얼마전 인도영화 <세얼간이(리뷰)>를 보고나서 극찬을 떨었는데 또 이렇게 '좋은 영화'를 보고 말았다.

<세얼간이>가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눈물,콧물,웃음과 감동의 종합 선물세트같은 영화였다면 <인생은 아름다워>는 <세얼간이>에 비해 조금 소박한(?) 선물세트같다고 할까?


 

1997년에 만들어진 영화라는데 영화의 배경이 1930년대말이라 그런지 '옛날영화'가 그다지 '옛날'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차피 옛날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화면이 뭉개져도, 음질이 만족스럽지 못해도 "연출 이겠지"하는 생각으로 볼수 있었다.

다만 칼같은 선명도를 자랑하는 디지털 화질에 길들여진 평범한 관객으로서, 오로지 필름으로만 영화를 만든 화면을 보자니 "음...개봉한게 언제였나"하는 궁금증이 들긴 했다.


시골에서 막 도시로 상경하던 '귀도'는 우연히 멈춘 길가에서 '도라'라는 처녀를 만나게 된다.

그후, 다시 도시에서 우연히 재회하게 되는데 귀도는 첫눈에 그녀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약혼자가 있는데...

운명같은 만남을 정말 운명처럼 만드는 주인공 귀도의 노력과 재치에 점차 그녀도 마음이 움직이고, 둘은 결혼하게된다.


...이게 전반부(?)의 내용이다.

주인공 '귀도'의 낙천성과 재치, 유머에 기분좋게 웃다보면 금방 시간이 간다.

여주인공 '도라'의 마음을 얻기 위한 그의 재치와 노력들을 보면 '영화는 허구다'라는 영화적 특성을 제대로 살린...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흐뭇해지고 기분좋은 장면이 아닐수 없었다.

영화 후반부...곧 닥쳐올 어려움을 알고 있어서 그런지 이들의 행복한 모습에서 오히려 불안과 슬픔이 느껴지는건 왜일까...


영화는 후반부로 돌입하며 상황이 크게 달라진다.

전반부가  도라와의 러브스토리(?)를 다뤘다면 후반은 어린 아들 조슈아를 비롯해 가족의 수용소시설 장면이 그려진다.

아버지 귀도가  어린아들 조슈아에게 하는 거짓말들을 보고 있으면  안타깝고 측은한 마음에 가슴한켠이 져려 오기도 하지만

귀도의 유쾌하고 능청스런 연기에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웃기지만 가볍지는 않은 장면들이다.

진지하지만 무겁지는 않은 장면들이었다.

굳이 슬픈장면을 들이대지 않아도 슬펐고,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감동적이었다.


주인공을 연기하고 각본을 썼으며 감독까지 맡은 '로베르토 베니니'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굳이 이름을 외우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어느세 머릿속에 남게된다. 

이런 경험은 나만 그런게 아닐거라는 생각이 든다.






위 사진은 주인공 귀도와 아들 조슈아가 수용소에 끌려와 방을 배정받고, 독일 장교가 수용소 규칙을 설명하는 장면이다.

독일 장교가 독일어를 할수있는 사람은 앞으로 나오라고 하는데 독일어를 전혀모르는 귀도가 앞으로 나간다.

단단히 인상을 쓰고 박력을 담아 큰소리로 '수용소규칙'을 하나하나 복창하는 독일장교.

그럼 옆에서 귀도가 통역을 하는데...

이 장면이 걸작이다.

웃음과 절망...희극과 비극이 한곳에 녹아있는 안타까운 장면이다.

죄송합니다...말하면 스포가 되서;;;영화에서 확인해주세요^^;;;;



이미지: 구글 이미지


예쁜 여자는 많지만 아름다운 여자는 흔하지 않다.

잘만든 영화는 많지만 좋은 영화는 흔하지 않다.


정말 아름다운 영화였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고 남녀노소 세대를 가리지 않고 추천해줄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나치와 수용소가 등장하고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눈물 쏙빼는 영화일거라 생각했다.

물론 내 예상은 틀렸다.

그리고 "다행"이었다.

눈물을 강요하고 무겁고 암울하기만한 나치에 대한 고발 영화였다면 아마 지금과는 전혀 다른 영화가 되었겠지...

나치와 유대인학살이라는 무거운 문제를 이렇게 유쾌하고 기분좋게 풀어내는 영화가 있을까 싶다.

감독의 연출력에 감동하게 되면서도, 우리나라는 언제쯤 일본에 대한 문제에 정면으로 마주할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앞서 말한것처럼 "남녀노소"세대를 가리지 않고 "언추(언제나추천-_-;)!"해줄수있는 영화다.

밝고 행복함만 가득한것이 아니라, 

힘들고 불행마저도 받아들이고 함께 할때 진정한 '아름다운 인생'이란걸 말하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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