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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 월 맑음 "만우절"

단발머리를한남자 2013. 4. 1.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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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절'이다.

거짓말을 양심의 가책없이 합법적(?)으로 해댈수 있는날이다.

물론 마지막에 ‘장난'이라는걸 밝히고 다같이 웃으며 화기애애하게 상황이 마무리 된다는 조건에서 말이다.


만우절만 되면 기억나는 거짓말이 있다.

그날도 오늘처럼 맑았고, 쌀쌀했지만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던 무료한 오후의 일이다.


만우절이란 특수한(?) 날에 황당하거나 엉뚱한 화제를 입에 올리는것 자체가 “지금 제가 거짓말중입니다" 라고 떠벌리는것과 같다.

주제 선정(?)에도 생각을 요한다..

작정한듯 내말좀 들어보란듯이 이러쿵 저러쿵 길게 말을 해서도 않된다.

역시 꾸민티가 나서 들키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최대한 무심한듯 말할 필요가 있다.


“얼마전 ‘현빈'군대 간거 아시죠?”

“네, 근데 왜요?”

“아침에 뉴스 못보셨어요? 훈련소에서 사고가 있었다던데...?”

“네????”

당시 현빈은 ‘유명'이란 단어에 곱하기 100을 해도 시원찮을 만큼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던 때였다..

어찌나 유명했던지 아줌마는 물론이고 연예인에는 관심도 없는 아저씨들에게도 현빈이  군대갔다는 사실은 알고 있을 정도였다.

연예가 뉴스는 물론이고 신문이며 뉴스, 심지어 9시 뉴스에서도 현빈이 해병대 간다는걸 방송할  정도 였으니 그 인기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어쨋든 이몸의 거짓말은 저렇게 시작 되었다.

별얘기 아니란듯 무심하게 “...군대간거 아시죠?”


여자들이 보통 뉴스에 취약하다.

티비에서 그냥 흘러 나오는 거라면 모를까 일부러 뉴스를 찾아보는 사람은 드물다.

물론 관심을 가지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남자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내가 당시에 말을 걸었던 여자분도  뉴스보단 ‘먹을거(?)'에 관심사를 두던 분이었기 때문에 나의 ‘뉴스'핑계(?)가 제대로 적중한 캐이스였다;;;

스타배우,뉴스,사고 라는 단어가 나오자 마자 곧바로 반응이 돌아왔다.

“네? 언제요,어떻게요? “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싶은 마음에 무심코 던진 말이었다.

뜻밖에도 이렇게 쉽게 낚이다니?ㅋ 

상황이 재밌게 돌아가서 속으로 흐뭇해 하고 있는데 주위에 있던 직원 3명의 눈도  동시에 나에게 꽂히는게 느껴졌다.

“어떻게 된건데요?”

“어디서 본건데요?”

..

예상치 못한 급관심에 가슴이 철렁했다.

어떻하나...그다음 대사는 생각해 둔게 없는데-_-;;;

이때부터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하고  아드레날린이 펄펄 끓어 오르는데 거울을 안봐도 이미 귀까지 빨개지지 않았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머리속에선 대박을 터뜨릴 다음 대사를 생각하고, 가슴은 꽁닥거리지만 겉으로는 아무일 없다는듯 “세상에 어떻해"를 연발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는데 이 상황이 묘하게 재밌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 동시에 갑자기 웃음이 나오려고 했다.

술이 만땅이 되었을때 ‘소주'냄새만 맡아도 ‘욱'하고 구역질이 튀어 나오는것 처럼 느닷없이 갑자기 말이다.

여기서 포기(?)하면 않되는데...;;

머리에선 참으라고 하는데 얼굴근육은 이미 입꼬리가 올라가고 웃음이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보면 알겠지만 이몸은 거짓말을 참 못하는 편이다.

무슨 말을 하면 이미 내 몸 어딘가 에서 수상한(?) 표시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상황 자체가 너무 재미있는 나머지 혼자 웃음을 터뜨리기 일수다.

거짓말도 정말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


#

주변을 보면 그런 친구 꼭 한명씩은 있다.

웃기는 얘기가 있다며 말을 시작하는데 이야기가 너무나 재미있는 나머지 결론을 말하기도 전에 혼자서 박장대소를 하는 친구 말이다.

이 몸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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