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 のこされた動物たち >by 오오타 야스스케

단발머리를한남자 2013. 5. 14. 17:02


예전에 요크셔테리어 한마리를 기른적이 있다.

이름은 ‘수지'.

여자애였다.

생김새도 귀여웠지만 활발하고 애교도 많아 누구에게 귀여움을 독차지 했다. 오래전부터 개 라고 하면 질색하시던 아버지마음까지 돌리게 만들만큼 귀엽고 사랑스러운 녀석이었다. 10년이 넘게 함께 했으니 가족의 일원이란 말이 그다지 어색하지 않았다. 애완 동물을 키워 본 사람이라면 아마 ‘가족'이라는 다소 오버스러운 단어에도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언제나 집으로 들어서면 마중나와 꼬리를 흔들던 녀석이 세상을 떠났다.

특별한 병이나 사고는 아니고 수명이 다해 죽은 것이다. 

‘수지'가 세상을 떠났을때 난 부산에 있지 않았다. 

전화로 소식을 들었다. 전화를 통해 듣는데도 가슴 한켠이 뻥 뚤린 상실감에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는데, 곁에서 수지를 거두었을 어머니 심정을 생각하면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그 이후부터 애완동물을 더이상 들이지 않는다. 

키울때야 즐겁고 예쁘지만 그 이후에 또 찾아올 이별을 감당하는게 아마도 자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어머니께선  아이를 보듯 직접 목욕을 시키고 밥을 챙겨주고 항상 옆에 함께 했으니 내가 아무리 슬픈들 어머니마음에 비할수 있을까 싶다. 

사람에게나 동물에게나  붙이는것보다 떼는게 더 힘든게 ‘정'이다.



이책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 은 제목 그대로 2011년에 있었던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에 남겨진 동물들을 보여주는 책이다.

2011년 대지진이 있고 그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원전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 .

사고 발생후 내려진 대피조치에 마을을 떠나면서도 사람들은 상황이 곧 끝날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고 사태가 진정되면 자신이 살던 집으로 돌아갈것이라 생각했다. 급한 옷가지와 약간의 돈만 챙겨 집을 나섰다. 키우던 가축이나 데리고 살던 애완 동물들도 집에 놔둔채였다.  

하루 이틀을 예상한 시간은 한두달을 넘어 2년이 지났다.

가볍게 생각했던 상황은 2년이 지난 지금도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있다.

이 사실은 곧 남겨진 동물들을 돌볼 사람도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사진작가 ‘오오타 야스스케'씨는 중동이나 캄보디아,유고슬라비아 등 주로 분쟁지역을 취재하던 사진작가지만 2004년부터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하며 동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도 원전사고후 유령도시로 변한 그곳의 상황보다 남겨진 동물들에게 초점을 맞춰 원전 사고에대한 경각심과 동물들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고 있다.


인간의 부주의로 인해 이유도 모른채 죽어가는 동물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책장을 넘기기가 힘이 든다.  

생명의 흔적이라곤 찾아 볼수 없을것 같은 사고현장엔 아직도 그곳을 지키는 동물들이 남아있었다. 먹이를 주는 사람은 사라졌지만 끈질긴 생명력으로 아직 목숨을 이어가는 동물들이 적지 않았다.

주인이 곧 돌아올 것이라 생각하는지 아직도 집을 지키는 ‘개’도 보인다. 

집주변과 마을을 떠돌며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는 고양이들도 있다.

급히 마을을 떠나며 목줄을 풀어주지 않아 굶어 죽은 개도 있다.

이 몸도 애완동물을 키운적이 있는만큼 사진에 찍히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피폭과 굶주림에 고통스러워 하는 가축들을 어쩔수 없이 살처분 하는 모습에서 남의 나라 일처럼 보이질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불과 몇년전 구제역으로 셀수도 없을 만큼 많은 수의 가축들이 생매장되는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귀엽게 생긴 고양이가 책 표지에 보여서 ‘고양이'를 다룬 단순한 사진집인줄 알았는데 의외로 재난현장을 다룬 ‘사진에세이’라 뜻밖이었다.

이 책의 ‘저자’인 ‘오오타 야스스케'씨도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라 그런지 동물들을 향한 카메라에서 애정이 느껴진다.  보도사진 특유의 생생하고 적나라한 현장사진이 아닌 좀더 따뜻한 시선을 느낄수 있는 사진과 글을 볼수 있었다. 

덕분에 다소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편하거나 딱딱하지 않은 책이 되었다.


누군가가 키우던 개였을 것이다. 일단 배를 채우라고 사료를 내밀자 입에 대기는 하면서도 자꾸만 내게 기대온다. 배고픔보다 외로움이 컸던가 보다.


남겨진 개들은 대부분 사람을 보면 먼저 다가왔다. 언제나 먼저 다가오는 아이들. 불과 얼마 전까지도 어느 집의 가족의 일원이었을 것이다. 


먹을 것을 주니 닭에게 먼저 먹으라고 양보하는 착한 녀석. 자기도 배가 고플 거면서. 닭에게는 친절했지만 인간을 향해서는 짖기를 멈추지 않았다. 닭과 함께 집을 지키는 것이 자기 임무임을 아는 충견.


그 집에는 개가 먹을 것이 전혀 없었다. 목줄이 풀어져있으니 어디든 가려면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착한 누렁이는 집을 지키고 있었다. 가족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고양이는 성격상 사람들 눈에 잘 띠지 않는다. 사람과 함께 살던 개보다 고양이 수가 더 많은데 잘 보이지를 않는다. 가끔 보이는 고양이들도 사람이 보이면 도망가 버린다. 그래서 고양이는 죽을 때도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가서 조용히 숨을 거둔다.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 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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