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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여행을 준비한다면 '부산시내버스'를 타보세요.

단발머리를한남자 2013. 4. 9. 21:09

날씨가 따뜻해 지면서 나들이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역시 부산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근데 모처럼 부산에 오셔서는 하나같이 해운대와 남포동같은 이름있는 곳만 둘러보고 씨앗호떡이나 돼지국밥같은 식상한 음식만 맛보고 가는게 안타깝게 생각된다.

더 재미있는 곳이나 맛있는것도 많은데 말이다.


부산을 찾았다면 '시내버스'를 타봐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보통 지방에서 낯선 장소를 방문해서 교통시설을 이용할땐 아무래도 복잡한 버스노선 보다는 편의성이나 접근성이 좋은 지하철을 이용하게 된다.

일부러 노력을 투자해서 이용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이상  낯선 지방의 시내버스를 타보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하여!! 용기를 내보기를 권한다.

놓치고 지나치기엔 너무 많은걸 체험할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 시내 버스는 최고의 운송시설이기에 앞서 일단 '신 난다'.

호기심이 가득한 내 표정을 읽은건지  '급발진'과 '급정거'를 생활화 하고 있는 버스기사님들이 최고의 운전 실력을 뽐낸다.

1차선에서 3차선까지 종횡무진하는건 예사다.

버스를 ‘운전'하는것이 아닌 ‘조종'을 한다.

‘박력'넘치는 끼어들기로 이리(이쪽으로) 치우치고 저리(저쪽으로) 치우치는  버스에 있다 보면 어떻게 하면 나도 이렇게 운전할수 있을까 부러울 정도다.

거기다 주황색 신호가 보이면 가차없이 질주하는데, 운전석 뒤에 앉아 있으면 나도 모르게 온몸에 힘이 들어간다.

다음 정류장에 정차해 문이 '쉬익!'하고 열리면 그제서야  딱딱해졌던 몸이 풀어진다.

그렇다고 여기서 긴장을 완전히 풀어서도 안된다.

목적지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기 전까진 아직 끝난게 아니기 때문이다.

간혹, 교통정체가  덜한 뻥뚤린 도로와 때마침 합이 딱딱 맞아 떨어지는 신호에 힘입어 버스의 알피엠이 폭주하는  상황을 만날때가 있는데 사람이 운명하기전 떠올린다는 '주마등'을 체험하는 놀라운  행운도 누릴수 있다.

이렇게 조건이 들어맞는 상황을 만날수 있는것도 흔한 일이 아니다.

이른 아침이나 오후 퇴근시간처럼 사람마음이 급해지는 출퇴근 시간이라면 노려 볼만한 가치가 있다.

역시 여행도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부산시내버스를 단순히 올라타기만 한다고 해서 누구나 이런 경험을 하는것도 아니다.

체험지수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요령(?)도 필요하다.

'맨 뒷자리'를 노려야 한다.

그것도 한쪽 구석(?)으로 치우친 '창가자리'로...

맨뒷좌석은 차량구조상 좌석의 위치가 앞좌석과 단차가 상당히 크다.

뒷좌석의 중간이라면 급제동시 몸이 앞으로 쏠릴때 손으로 힘을 잡아줄  플라스틱 지지대가 설치 되어 있지만  창가자리는 손으로 잡을만한 구조물이 전혀 없다.

굳이 손잡이를 찾으라면 무릎위치보다 아래에 있는 앞좌석의 손잡이가 유일하다.

오로지 다리에 힘을 주고 몸으로 버텨야 하는 구조인 것이다.

언덕이나 고개가 많은 부산의 지리적 특성상 울퉁불퉁한 내리막길을 덜컹거리며 무섭게 내려오다 보면 왜 뒷자리를 추천하는지 알수 있다.

어찌나 위아래로 울렁거리는지 창문을 활짝 열어놓으면 밖으로 떨어질수도 있겠구나 싶다.

상상력이 남다른 사람이라면 교통사고 뉴스를 떠올리며,  버스에서 튕겨져 나가 죽은 사고자와 자신을 일치 시켜 보는 아찔한 상상력도 발휘할수 있다.

이렇듯 맨뒷좌석은 몸이 한쪽으로 쏠리는 관성을 최대한 받아내는것과 동시에 뒷바퀴에서 전해지는 충격을 그대로 전달해준다.



맨뒷좌석을 놓쳤다면  맨앞좌석을 선택하는것도 나쁘진 않다.

뒷자리보다 ‘버라이어티'한 체험은 적지만 운전자의 시점에서만 느낄수 있는 ‘속도감'은 가공할만(?)하다.

교통량이 적은 도로를 믿을수 없는 속도로 날아갈땐 승용차의 80km와 버스의 80km가 엄연히 다르다는걸 몸으로 실감할수 있다.

사고가 난다면 조금더 많이 아플거란걸 상상하는것도 어렵지 않다.


자연스럽게 공식화 되어버린 부산여행코스에 식상한 여행자가 있다면 용기를 내어보자.

해운대나 용두산 공원에서 인증샷을 찍는것처럼 지금 막, 살아서 하차한 버스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어보자.


p.s

여자분이라면 주의사항 하나.

10cm이상의 하이힐은 피할것.

특별히 서비스 정신이 투철 하다면야 말리지 않지만  ‘급출발’에 휘청거리는 버스안에서 트위스트를 출수도 있는만큼 굽이 높은 신발은 피하라고 충고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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