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시원한 글쓰기> by오도엽 2012 글쓰기에 도움이 될까 해서 펴든 책

단발머리를한남자 2013. 1. 30. 20:42


멍하니 앉아있다가, 길을 걷다가 또는 수다를 떨다가도 갑자기 번쩍하고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있다.

블로그에 올리면 재미있겠다 싶은 ‘글감(소재)' 말이다.

머릿속에선 이미 한문장 한문장 뿌리를 내리듯 글이  막힘없이 쭉쭉 써진다. 
내가 생각해도 재밌는 소재라  뿌듯해 하고  혼자 킥킥 거리기도 한다.
“저녁에 컴퓨터 앞에 앉으면 써야지" 하고는 다시 하던일, 멍때리거나 길을 걷거나 수다를 이어간다.

생각했던 것처럼 저녁이 되면 컴퓨터앞에 앉는다.
그런데...3분...10분...1시간이 다가오는데도 한 문장 이상이 나아가질 앉는다.
낮에 생각할때만 해도 정말 재밌었던 내용인데...하얀 모니터에 커서만 바라보며 시간만 축내고 있다.



블로그를 하다보면 한번쯤 이런 경험이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적어도 나는 이런 억울하고 허망한 경우가 제법 되는 편이다.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메모나 기록에 습관을 들이려고 한적도 있지만 그때 뿐 이었다.
늘 종이와 펜을 곁에 두기가 쉽지 않다는 타당한 이유를 빙자한 ‘핑계'도 있었고, 설사 기록을 하더라도 나중에 다시 글로 풀어 내는 일도 쉽지 않았다.
한마디로 머릿속에선 글이 무럭무럭 자라나지만 막상 키보드앞에 앉아 하얀 모니터를 대하면 내 머릿속도 함께 하얗게 변하는게 더 큰 문제란걸 알았다.

‘욕심' 때문 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술술 읽히는 잘 써진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
글을 쓰는 작가와는 전혀 상관이 없음에도 나도 모르게 ‘작가주의(?)’에 입각한 완성도 높은 글에 목 메고 있는 것이다.
욕심과 눈높이가 높아질수록 블로그에 대한 부담도 커져만 간다;;;

나같은(?) 사람들이 꽤 많은지 서점에 가보면 글쓰기에 대한 책들이 아주 많다...정말, 아주 많이;;;
이 책 <속시원한 글쓰기>도 그렇게 글을 조금이라도 쉽게 써보자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책이다.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책들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수 있다.
하나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처럼 예문을 보여주며 하나하나 작문과 예시로  설명하고 각 장의 마지막엔 정리겸 따라해보기(?)등의 미션을 넣는 스타일.
또 다른 하나는 전자의  ‘교육'스러운 느낌보단 글쓴이의 경험과 노하우가 크게 차지하는 책이다.
글을 잘쓰기 위한 ‘기술’보다는 글을 대할때의 ‘태도'를 더 중시하는 느낌이다.
<속시원한 글쓰기>는 후자에 속하는 경우다.
그래서 작문에 대한 기술적인 정보나 실력향상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겐 도움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나 처럼 전문적인 글쓰기보다는 일상적인 글쓰기에 관심이 있어하는 사람들에게 더 읽기 쉬운 책이다.

어려운 단어나 전문 용어도 눈에 띄지 않는다.
이렇게 심심하게(?) 만들어도 책이 팔릴까 싶을 정도다;;;
작가는 조용히 자신의 경험들을 들려주며 그에 얽힌 글을 보여주기만 할뿐이다.
어떤 경우가 괜찮은지 또 어떤 경우는 아쉬운 경우인지 보여줄 뿐이다.
읽는 사람은 굳이 작가의 의도나 설명을 분석하고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대단한 가르침이나 별 5개가 모자랄 정도의 비법이 담겨있지도 않으니까 말이다.
편하게 읽기만 하면 된다.
옆집 글 잘쓰는 형이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듯 그냥 듣기만 하면 되는 책이다.
그래서 부담 없이 읽을수 있다. 


< 글은 소통 하려고 만들었다

감추고 있으면 글이 제 생명을 잃는다.
남에게 보이는 일이 쉽지는 않다.
제 속살을 보이는 일과 같은데 어찌 쉽겠는가. 하지만 세상에 드러내야 글쓰기가 왜 즐겁고, 행복한지를 알수있다.
글쓰기의 참맛은 소통에 있다.>

< ‘문장을 나눌 수 있을 때까지 나누자'
한 문장에 한 가지 이야기만 하자는 말이다. 
덧붙이는 말, 설명하는 말이 필요하면 마침표를 찍고 다시 시작한다.
보통 문장을 길게 쓰는 일(만연체,복문) 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글을 쓰다보면 짧게 쓰는 일(간결체, 단문) 이 훨씬 어렵다는 걸 깨닫는다.>


글 이라곤 읽을줄만 알았지 써본적은 없던 나에게 '블로그'란 매체는 여러가지  '희노애락(?)'을 가져다 주었다.

사진을 찍는 즐거움을 알게 해준 만큼, 한 자 라도 글을 쓰게 만드는 어려움도 주었으니 말이다;;;

평소엔 수많은 아이디어가 춤을 추는데 키보드 앞에만 앉으면 머리가 하얗게 되어버리는 '백지공포(?)'를 느껴본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ㅋㅋ

글을 잘쓰는 스킬이 아니라 글에 대한 두려움을 다스려 주는 책 <속시원한 글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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